대중문화의 시계가 적어도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새해, 새로운 것이 떠올라야 할 시기에 찬란했던 90년대 문화 속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빠졌다. 왜 2015년 복고 강풍이 부는 걸까? 팍팍한 삶에서 위로를 받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옛 것에서 새로운 문화 트렌트를 찾는 건가.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7일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시작된 복고 열풍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과 ‘응답하라 1994’(2013)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MBC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X세대(1990년대 신세대를 일컫는 말)를 위한 ‘가요무대’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은 문화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복고풍의 영화와 당시 유명 가요들이 다시 불리는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새 문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그 문화를 창조할 ‘새 세대’가 세워져야하는데 현 세대는 그 힘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복고 열풍이 과거를 있는 그대로 즐기기보단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경숙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문화 콘텐츠는 시대별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트렌디한 재료를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라며 “현재 등장하는 복고 코드의 콘텐츠 또한 과거의 소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즐기는 방식은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를 부르는 창구로 문화의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며 “이 시각에서 보면 지나간 콘텐츠여도 주제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풍부하다면 재가공해 새롭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구매력이 있는 30~40대 대중들을 대상으로 그 시대 문화가 계속 재창조돼 새로운 모습으로 향유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고 열풍을 두고 “현실에 대한 비전이 불분명하거나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가 불안정, 불확실했던 2000년대 초,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드라마 ‘겨울 연가’를 통해 판타지를 느끼고 위로 받았던 것도 비슷한 예”라며 “90년대 IMF 등 굵직한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대중은 즐거움을 느꼈던 당시 음악과 성공 스토리만을 회귀시켜 선별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시대는 왜 그리워하는가… 전문가들의 생각은?
입력 2015-01-07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