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화제] 전쟁이 바꿔놓은 한 축구선수의 삶

입력 2015-01-07 22:58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터키 남부의 니지프 난민촌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샤헤르 샤힌(24)은 전직 프로축구 선수다. 그가 사는 컨테이너 주택의 침대 밑에는 낡은 축구화 한 켤레가 놓여 있다. 그 축구화와 유니폼 몇 벌만이 프로 선수였던 그의 이력을 말해준다. 난민촌의 공터에서 매일같이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샤힌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터지기 전까지 그는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전쟁이 바꿔놓은 그의 인생 스토리를 전했다.

전쟁 이전 그의 삶은 화려했다. 1m94cm의 장신인 그는 고향인 시리아 서부 홈스에 연고를 둔 프로축구팀 알 카라마흐SC에서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그의 팀은 자국 리그에서 8번이나 우승했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기도 했던 샤힌은 “침실 5개와 넓은 정원, 체육관이 딸린 대저택에서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전쟁은 모든 걸 변화시켰다.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봄 시리아에서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샤힌과 팀 동료를 비롯해 많은 젊은이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알 아사드 정권은 탱크를 동원해 이들을 무력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팀 동료 두 명도 목숨을 잃었다. 난리통에 그의 저택도 엉망이 됐고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그도 피난길에 올랐다.

비록 난민이 됐지만 그는 아직 선수로서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난민촌에 살면서도 틈날 때마다 훈련을 해왔다. 어느 날 그의 훈련 모습을 보고 난민촌 어린이들이 축구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한 시간만 가르쳐주기로 한 것이 인기를 끌면서 거의 매일이 돼버렸다. 아내 파라는 “하루 종일 아이들이 방문을 두드린다”며 웃으며 말했다. 졸지에 그는 난민촌의 ‘슈퍼스타’가 됐다. 프로 선수로 살기 위해 해외 진출을 계속 모색하고는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샤힌은 “(해외진출 문제에 대해선) 모든 것을 신의 뜻에 맡기고 있다”면서 또 한번의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