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제…대통령 측근 ‘상시 감시’한다지만 ‘종이 호랑이' 우려 커

입력 2015-01-07 16:42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으로 뒤늦게 탄력 받은 특별감찰관제가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위 행위를 상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감찰 대상이 제한적이고 출석·답변 및 자료제출 요구 외에는 권한이 별로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15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를 지낸 변호사 중에서 3명의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 특별감찰관법이 지난해 3월 제정돼 같은 해 6월 19일부터 시행됐음에도 반년 넘게 표류했던 이유는 후보 추천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특별감찰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3명 중 2명을 자당 몫으로 추천하겠다고 맞서면서 논의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주례회동에서 여야 각각 한 명에, 나머지 한 명은 여야가 동의하는 새 인물을 추천하기로 접점을 찾았다.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후보 3명을 의결하면, 대통령은 이중 한 명을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하게 된다.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인 김회선 의원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위행위를 감찰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었다”며 “인사청문과 국회 동의를 거친 중립적인 인사가 직무상 독립성을 갖고 상시적으로 대통령의 측근들을 관리함으로써 비위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이 활동을 시작해도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씨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감찰할 수 없다. 감찰 대상이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규정돼 있어서다. 또 감찰을 시작하고 끝낼 때, 기간을 연장할 때 모두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해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자료제출 요구와 청문 조사만 가능하고, 압수수색과 강제소환 등의 권한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감찰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정윤회 사건’을 겪으면서 야당 법사위원들 사이에 특별감찰관제의 대상을 확대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법 개정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논의할 수는 있지만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대상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정보가 신빙성이 있고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한다. 감찰 결과 범죄 혐의가 명백하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