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과 대북제재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리리고 있다. 한·미 대북정책 공조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일 대북제재 행정명령 이후 ‘북한 옥죄기’를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당초 행정명령으로 미 재무부가 북한 정찰총국과 광업개발공사, 단국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을 때만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이 5일 추가 대북제재를 시사한데 이어 미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대북 압박에 나서는 행보는 한 눈에 봐도 남북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당국 회담을 제의한 이후 줄곧 남북 관계개선 내지는 교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남북 최고위급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신년사 직후 류 장관이 “가까운 시일 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대화 개최 기대한다”고 호응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미가 대북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는 배경은 올 들어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 정책목표인 반면 광복 70주년이자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에도 한·미의 전략적 이해가 엇갈릴 때 어김없이 대북공조가 균열을 보이는 양상을 띠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중시한 노무현정부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때가 대표적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어떤 스탠스를 가져갈지 여부다. 한·미 대북정책 공조 기조를 이어갈지 아니면 남북 주도로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올해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다보니 조급해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과거 전례를 볼 때 결국 북핵문제 진전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미국”이라고 진단했다. 단계적 비핵화 합의 틀을 마련한 2005년 9·19 공동성명이나 9·19 성명 이행을 위한 2007년 2·13 합의가 도출된 이면에는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최 부원장은 “북핵문제 진전 없이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힘들다”며 “그런 측면에서 한·미간 대북공조가 이전 정부보다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이 잇따라 대북 압박에 나서자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신년사가 남북대화의 뜻을 밝혀 다행”이라면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도 중요하다”고 톤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북아질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대북정책 공조 논리에 우리 정부가 휩쓸려 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한.미 대북공조 이상기류(?)...전략적 이해 충돌
입력 2015-01-07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