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기구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한 단체는 7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사건에 대해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란 제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이 단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여 저희 단체도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가장 큰 아픔을 겪은 아동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습니다. 이어 “피해아동의 가정에 수십 차례 찾아가 사과하고 치료와 상담을 권했으나 가족의 거절로 진행하진 못했다”고 해명하며 “그럼에도 앞으로 피해아동의 가족이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유관 기관과 성심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건 발생 직후 해당 직원을 퇴사 처리했다”며 “앞으로 직원 자질과 사업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피해아동인 일곱 살 H군의 아버지는 홀로 자식을 키우는 ‘싱글파더’입니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에 있는 이 단체의 한 지부로부터 아들을 아동캠프에 보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심리치료 과정에서 우울증 증세를 보여 상담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놀란 아버지는 아들을 캠프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캠프에 다녀온 아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상담팀장 김모(29)씨로부터 밤새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다른 아동도 성추행한 사실을 밝혀내고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는 최근 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H군의 아버지는 집행유예 판결에 반발했습니다. 아들은 불안증세를 보여 병원치료까지 받고 있고 다른 범죄도 있는데 법원의 양형기준보다 가볍게 판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공신력 있는 국제구호단체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 김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구호단체에서 보살핌을 받는 아동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입니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변하기 어렵습니다. 가해자 김씨가 이런 점을 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단체는 국내외적으로 선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후원자도 많지요. 보호아동을 끔찍한 범죄의 피해자로 만들고 후원자들의 신뢰에 금이 가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특단의 사죄와 반성, 대책이 필요합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어린이·청소년들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담은 국제법입니다. 이 협약 제34조는 ‘성적 학대(Sexual exploitation)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입니다. 정부는 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며 아동 보호와 인권을 보장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적지 않은 NGO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이 협약을 가르치고 아동 권리를 주창합니다. 김씨도, 이 단체도 어느 누구보다 이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올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채택 26주년입니다. 올해만큼은 번지르르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미션쿡]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더 씁쓸한 이유
입력 2015-01-07 16:48 수정 2015-01-21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