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보관된 각종 고기로 길고양이 먹이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후기가 네티즌을 웃프게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 장장 4시간에 걸쳐 만든 먹이를 만들어준 후기가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인데요. 훈훈한 이야기에 웃음은 이해하겠는데 슬프다니요. 왜 그런 걸까요. 고양이의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네티즌 ‘네할램’은 디씨인사이드 고양이 관련 게시판 ‘야옹이 갤러리’에 지난 1일 ‘냉동실 고기로 길고양이들 밥 만들어 준 후기’를 올렸습니다. 냉동실에 묵은 고기를 어떻게 해먹어야 할까 생각하다 길고양이 먹이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통삼겹살, 돼지 목등심, 닭가슴살, 훈제오리슬라이스, 모듬 해물 등은 3kg에 달했습니다. 그는 “충분히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상태의 고기지만 오래 보관한 탓에 냉장고 냄새가 나서 버릴까 했던 고기”라고 설명했죠. 집에서도 고양이를 키우지만 설사가 심해 사료 외엔 줄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답게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무엇했습니다.
“생고기를 그냥 주면 길고양이가 탈이 날지 몰라 모두 삶습니다. 신장기능이 약한 고양이는 양념이 없어야 해서 소금 같은 간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2시간 가량 고아주듯이 삶습니다.”
그는 수육 냄새가 나는 고기를 먹기 좋게 다졌습니다. 더 좋은 맛을 내려고 참치캔 2개와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사료를 고기에 섞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희 집 고양이는 설사가 심해 설사 전용 사료만 먹여서 고기나 간식은 일절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었어도 저희 집 고양이는 줄 수가 없네요.”
그는 고기와 사료, 참치 등을 골고루 섞고 소화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까 믹서로 잘게 다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조금 먹어봅니다. “맛을 보니 나쁘지 않네요. 분홍 소세지맛 비슷합니다.”
나눠주기 편하게 둥그렇게 빵 모양으로 뭉치고 새해 아침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러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난 길고양이에게 정성껏 만든 고기 덩이를 줬습니다. 처음엔 고기 덩이를 그냥 지나쳤다고 했네요. 그는 “생소한 모양 때문인지 먹이임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라고 적었죠.
좋은거니 먹어보라고 앞발을 잡고 끌고와 먹이 앞에 데려다 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냄새를 맡더니 뒤로 물러나 거리를 유지하고 핥아보지도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정성껏 만든 고기 덩이를 고양이는 과연 먹었을까요. 네티즌은 후기를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몇분동안 식빵자세만 취하다 벌떡 일어나 먹이로 슬금슬금 다가가 다시 냄새를 맡아 보더니 앞발로 탁 치면서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4시간동안 제가 뭘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더 충격적인 건 먹이 조각 위에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하고 오줌을 갈겨버렸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쇼크가 크네요. 이번에 확실히 안건 사람이 먹기 싫은 건 고양이도 먹기 싫다는거 먹기 싫은 건 어쩔 수 없지만 1월 1일 새해부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네티즌들은 박장대소합니다. “고양이가 잘 먹는 훈훈한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엄청난 반전에 크게 웃었다”고 말이죠. 개와 다르게 까칠한 고양이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며 재밌어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습니다.
“반전 야옹센스 돋네요.”
“누렁이였으면 꼬리 흔들면서 먹었을텐데…,”
“고양이가 ‘애미야. 간이 싱겁다’라고 얘기했을 거 같아요.”
“고양이가 모양 때문에 ‘빅똥’을 먹으라고 하는 줄 알고 기분이 엄청 상한 듯하네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고기로 길냥이 먹이 만들어 줬는데…’ 훈훈함에 클릭했다 반전에 ‘풉’
입력 2015-01-07 16:15 수정 2015-01-07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