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의 한 야산에서 두 형사가 눈길 위의 발자국을 쫓고 있었다.
눈이 녹은 땅에선 발자국이 없어 길을 헤맸다. 어렵사리 발자국을 다시 찾으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양말 차림으로 나가 추위 속에 길을 잃은 김모(56·정신지체1급)씨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1시쯤 경기도 가평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서 지내던 김모(56·지적장애 1급)씨가 친구와 다투고 시설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설 관계자는 오후 3시45분쯤 실종 신고를 했다.
현장에 도착한 가평경찰서 소속 이윤복(47) 경위와 최상용(32) 순경은 시설에 설치된 CCTV를 돌렸다. 뒷산으로 향하는 김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데 오후 5시까지 CCTV를 봐도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어디에도 안 찍혔다.
형사들은 날이 컴컴해지자 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50여분에 걸쳐 산 정상까지 올랐지만 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찾아 헤매던 중 아래로 내려가는 발자국을 찾았다. 엉덩이로 구른 흔적도 발견했다. 한참을 다시 따라가다 보니 손전등 불빛이 비춘 절벽 아래 바위 옆에 사람이 보였다.
정신연령이 네다섯 살 수준인 50대 아저씨가 불빛이 비춰온 곳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씨는 양말 차림으로 눈길을 걸어 다녀 옷도 젖고 추위 탓에 다리도 얼어붙기 시작한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늦어졌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씨는 안전하게 시설로 돌아갔다.
이 경위는 “랜턴을 비췄을 때 보인 그분의 웃음이 정말 해맑았다”면서 “한해를 시작하자마자 좋은 일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평=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범인 찾 듯이… 눈속 실종 장애인 수색 나선 두 형사의 갚진 노력
입력 2015-01-07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