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한국구세군 사령관은 7일 ‘거룩한 선교공동체로 거듭나는 2015년의 한국구세군’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령관은 “한국교회의 현실과 미래는 불길하기만 하다. 다른 교단과 교회들은 전체적으로 엄청난 후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은 “한국구세군은 가장 신뢰받는 교회이기에 이런 위기가 우리를 비켜 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교회들과 함께 구세군도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구세군은 거룩한 선교공동체로서 이 시대에 거룩한 교회상을 회복하고 견고히 세워가야 한다”며 “선교에 생명을 거는 선교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 사령관 신년사 전문.
거룩한 선교공동체로 거듭나는 2015년의 한국구세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들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여 공동체를 형성하였습니다. 이 공동체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되었을 때 뿔뿔이 흩어지는 위기를 겪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부활하시자, 오합지졸같이 흩어졌던 무리들은 새로운 힘을 얻게 되었고, 어느 때보다도 강한 공동체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이렇게 강한 공동체로 재탄생한 후, 주님을 따르는 무리들은 예수께서 유대민족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다윗의 후손으로서의 메시야이심을 믿게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따르는 무리들에게 승천하기 전 선교명령을 내리시기를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하셨습니다. 이 명령에 순종하여, 약속하신 성령을 받기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던 제자들은(눅24:49) 오순절에 강렬한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였습니다(행2:1~4). 성령을 받은 후, 초대교회로 알려진 공동체는 예수께서 주와 그리스도가 되신다는 사실을 전하는 ‘증인’의 역할을 생명같이 여기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증인의 역할로서의 선교를 생명같이 여기는 공동체였습니다.
구세군은 그 어떤 공동체보다도 강력한 선교적 사명으로 세움을 입은 교회입니다. 구세군은 산업혁명 후기에, 거리로 내몰린 도시 빈민을 돌보기 위해 사명을 받았습니다. 예수께서 소외된 지역, 가난하고 불결한 무리들을 구원해야 할 최우선 대상으로 삼으셨듯이, 구세군은 세상이 거들떠보려 하지 않는 도시 빈민과 죄인을 구원하기 위하여 일어선 공동체입니다. 구세군은 이 분명하고도 특별한 선교적 사명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이 일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구세군은 선교를 위해 존재했고, 선교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선교를 위해 모험을 했고,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선교를 최우선의 과제로 두고 행동하는 조직이었기에 그들은 과감했고, 그래서 사탄과 세상은 구세군을 두려워했습니다.
선교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으로 살다 보니, 구세군의 체질도 변했고, 이러한 체질적 속성은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구세군기에 선명히 새겨진 ‘혈화(血火)’는 그리스도의 보혈과 성령의 불을 상징하며, 이것이 드러내는 구원과 성결은 구세군의 2대 근본교리가 됩니다. 구세군은 자신들의 선교적 포부와 비전을 말할 때, “그리스도를 세계로” 또는 “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라는 말을 잘 사용하였습니다. 그 말 속에는 선교의 원대한 꿈과 포부가 서려 있습니다. 또한, 구세군인들은 자신들의 역할과 헌신에 대하여 말함에도 망설임 없이 “구원하기 위해 구원받았고, 봉사하기 위해 구원받았다.”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윌리엄 부스가 청년 때부터 잘 사용하던 이 말은, 그 뒤로 모든 구세군인들이 자신들의 사명과 헌신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구세군이 가장 우선하는 복음 증거와 영혼구원을 향한 적극성에 대하여 말할 때면, “똑바로 영혼에게로 가라. 극악한 사람에게로 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는 영혼을 구원함에 우유부단하거나 망설이지 말라는 단호한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영혼구원이 절실한 만큼 지체하거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그 일을 하라는 주장이라 하겠습니다. 본래 구세군은 영혼구원을 위해 뜨거움을 지닌 교회입니다.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구원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지체하지 않고 거칠것 없이 행동하는 교회입니다.
초창기 구세군이 어떠하였으며, 우리의 전통과 정신적 유산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하는 것이고, 행동으로, 삶으로, 이어가는 일입니다. 아무리 좋은 전통과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해도, 지금 한국구세군이 선교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동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구세군은 자랑할 만한 선교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선교를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고 있는지? 한 번도 구세군영문으로 초대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우리의 가로전도에서 경고를 듣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일 년 365일 중에 지역을 변화시키고 구원을 위해 얼마나 집중적으로 나섰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고 구세군의 근본과 전통 그리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한국구세군이 선교를 생명같이 여기며 행동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원하고 그렇게 변화 받기를 원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 한국교회의 현실과 미래는 불길하기만 합니다. 여러분의 눈에는 주변에 큰 교회들이 있어 한국교회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세군만 부흥하지 않고 다른 교회들은 부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기 바랍니다. 다른 교단과 교회들은 전체적으로 엄청난 후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모르는 말 못할 영적 위기를 겪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많은 교회가 문을 닫거나 이단 교회들에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 일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교계의 지도자들은 한국교회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는 통일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한국구세군이라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물론 한국구세군은 가장 신뢰받는 교회이기에, 이런 위기가 우리를 비켜 갈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교회들과 함께 구세군도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구세군은 “거룩한 선교공동체”로서 새로운 비전을 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은 이 시대에 거룩한 교회상을 회복하고 견고히 세워가야 합니다. 주께서 거룩하심 같이,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주님을 배우고자 노력한다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로 회복되고 견고하게 서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거룩한 공동체를 바탕으로 삼아 선교에 생명을 거는 선교공동체로 거듭나야만 합니다. 거룩하게 세워지는 일과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일은 결코 별개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거룩하지 못하고 신뢰를 잃는다면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세상은 귀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기는, 한국구세군이 더욱 성결하고 건강한 교회로 세워지고, 선교에 생명을 거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원하며, 이를 위해 금년에는, 모든 영문과 시설과 군우들이 저마다의 사역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선교적 도발을 감행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 신년사 “새로운 비전 품고 도전하자”
입력 2015-01-07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