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감귤을 제때 수확하지 못해 감귤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 출하하지 못하는 제주산 비상품 노지감귤이 2012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데다 비상품을 가공용으로 수매하기 위한 제주도의 보전비까지 제주도의회에서 대폭 삭감돼 노지감귤 유통처리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감귤 수확 철인 지난해 11∼12월 잦은 비로 수분이 많아져 감귤 껍질이 물러지고 수확시기도 늦어져 껍질이 부풀어 오르고 과육은 쪼그라드는 생리현상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발생했다.
껍질이 물러져 부풀어 오른 감귤은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부피과’로 지정돼 상품으로 시장에 출하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가공용으로만 팔 수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현영순(72·여)씨는 지난해 감귤 수확철에 비가 자주 오자 서둘러 수확을 끝내려고 어쩔 수 없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 감귤을 따야 했다.
과수원 1만6000여㎡의 감귤을 밭떼기(포전거래)로 넘긴 고경만(71)씨는 더욱 걱정이 많다. 비가 자주 내려 수확작업 일수가 적어진 데다 상인들이 일손이 없다는 이유로 수확을 미뤄 아직도 따지 못한 감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12월 61일 중 비가 내린 날은 제주 동부에 총 30일, 북부 27일, 남부 26일이다. 여기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되거나 많은 눈이 내려 작업이 지연되고 일손을 구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제주 대부분 지역에서 거의 한 달 넘게 감귤 수확을 못 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 노지감귤 생산량 총 56만9000t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까지 농협을 통해 출하된 양은 29만8033t으로 전체 생산량의 52.4%에 그쳤다.
궂은 날씨 탓에 부피과를 포함한 비상품이 가공용으로 출하된 양은 총 9만6783t으로 2013년(7만3481t)과 비교해 31.7%, 2012년(3만5055t)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감귤 상품 가격은 10㎏들이 상자당 1만1160원으로 2013년 1만5500원보다 4340원(28%)이나 하락했다.
그러나 도의회가 지난해 연말 도가 보조키로 한 사업비 전액 50억원 가운데 49억원을 삭감한 탓에 가공용 감귤 수매가 사실상 중단돼 가공용 출하 길이 막히면서 상당수 농민이 아예 비상품 감귤 수확을 포기한 상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제주도, 수확시기 놓쳐 상품성 떨어진 감귤 처리 비상
입력 2015-01-07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