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조용하던 경리팀장이 회삿돈 11억 빼돌려 경마로 탕진

입력 2015-01-07 09:32
서울 서대문구 한 제조업체의 경리팀장 김모(47)씨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했다. 하지만 그는 경마에 푹 빠져있었다.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년 가까이 되는 기간에 회삿돈에 손을 댔다. 직원 급여나 국민연금액 등을 부풀려 170여차례에 걸쳐 11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생산직 직원 급여 등을 수십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높게 책정한 뒤 지출계획서를 작성, 회사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자신의 계좌로 직접 송금했다. 거래처에 보낼 대금을 현금으로 찾아 챙기기도 했다.

이 회사는 경리과 직원이 2명 밖에 되지 않아 회계감사가 없다보니 내부에서 눈치를 채지 못했다. 김씨는 빼돌린 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해 10월 종적을 감췄다. 뒤늦게 김씨의 범행을 알게 된 회사는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집 근처에 은신처를 마련해 숨어 지내던 김씨는 대포폰으로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 횡령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빼돌린 돈은 경마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2004년부터 근무했다는 점을 토대로 그의 여죄를 캐고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