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내전이 시작되고 나서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주민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할라브주(州)의 주도인 알레포는 예로부터 교역의 요충지이자 문화활동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앙상한 건물 뼈대들만 남아 있다. 알레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 땔감으로 쓰기 위해 아무데서나 닥치는대로 나무를 베는 주민들과 절망뿐이다. 사람들은 정부군과 반군의 계속되는 싸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세력의 납치와 횡포, 식량과 식수 부족, 질병 등으로 한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6일(현지시간)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알레포 주민들이 이제는 국제사회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금 세계의 초점은 ‘이슬람국가’(IS)에 맞춰져 있어 알레포는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전기도 난방도 끊긴 상태다. IS와 같은 급진주의 무장단체들은 툭하면 사람들을 납치해간다. 부서진 건물이나 벽, 창문도 없는 집단 피난소에 50~70명의 난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수십 명이 좁은 공간에 엉켜 살아가고 있고, 하나의 화장실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면서 수인성 질병도 퍼지고 있다. ‘인도주의’는 이곳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민들은 비관하고 있다.
2012년 6월 교전이 시작된 이래 상황은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알레포 북동쪽의 한다라트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시리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알레포에는 아직 6만5000여 가구, 30만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유니세프(UNICEF)는 추정했다. 집안에 꼭꼭 숨겨진 비밀학교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영어를 배운다. 예술가들은 내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피난처이기도 한 땅속 동굴에서 조각을 한다.
한나 싱어 유니세프 대변인은 “알레포의 이번 겨울은 아주 절망적”이라면서 “겨울을 버틸 따뜻한 옷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10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IS가 점령한 시리아와 이라크 도시에서 어설픈 경제 정책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아파 정권에 시달렸던 시리아와 이라크의 수니파 무슬림들은 초기에 IS의 점령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제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IS도 과거 정권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우리는 이전에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빈곤을 견뎌왔지만 지금보다 더 나빴던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FT는 “IS 점령지에 사는 대부분의 시리아인이 월 115달러(12만8000원) 가량의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IS의 외국인 전사들은 이보다 5배나 많은 월급을 받는다”면서 “IS가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강탈을 통한 부정한 돈벌이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의 고통…내전으로 전염병, 굶주림, 추위에 떨어
입력 2015-01-06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