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구단에서 스토브리그 큰손 된 두산…팬심·우승 두 토끼 잡기

입력 2015-01-06 16:18

한국 프로야구에서 자린고비 구단으로 유명했던 두산 베어스가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큰 손으로 등장했다. 두산은 구단 이미지를 바꾸고 성적 향상을 위해 과감한 선수 투자를 선택했다.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유명하다. 선수 육성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내왔다. 그 말은 반대로 두산이 외부 선수 영입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외부 선수 영입을 한 적이 없었다. 지난해의 경우 두산은 지갑을 완전히 닫았다. FA로 풀린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과 모두를 떠나보냈다. 결국 이종욱과 손시헌은 NC 다이노스로, 최준석은 롯데 자이언츠로 둥지를 옮겼다. 홍성흔과 이혜천을 FA 계약으로 데려온 적은 있지만 이 선수들은 모두 두산 출신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친정팀 복귀였다.

그런데 두산이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FA 시장이 개장하자 롯데에서 좌완 선발 장원준을 4년 84억원에 데려왔다. 두산의 사상 첫 외부 FA 영입이자 80억대 거액 투자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두산은 한 달 후 일본행을 저울질하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3)를 총액 150만 달러(약 16억5000만원)에 붙잡았다.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이다.

새해 들어 국내 선수들에 대한 연봉 협상이 시작 된 후에도 두산은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지난 4일 오재원과 재계약하며 지난해 연봉 1억7000만원에서 무려 2억3000만원 오른 4억원을 안겨줬다. 2억3000만원은 구단 연봉 최고 인상액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김현수와는 지난해보다 3억원 오른 7억5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맺으며 최다 연봉 인상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김현수 연봉은 FA 선수 및 해외파 국내 복귀 선수를 제외한 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이다.

이처럼 두산이 이전과 달리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우선 떠나가는 팬심을 붙잡기 위해서다. 두산은 지난해 이종욱과 손시헌 등 팀의 간판급 선수들이 팀을 떠났을 때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난을 들었다. ‘두목곰’ 김동주마저 방출된 상황이다.

또 4강 단골손님이었지만 지난 시즌 6위로 시즌을 마쳐 상처 입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로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는 게 두산의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6일 “구단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강팀으로 거듭 나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