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세계 증시 동반 급락

입력 2015-01-06 15:48

국제 유가가 새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이어가 한 때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0.04달러에 마감했다. 오전 장중 한때 49.9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날 마감 가격은 불과 6개월여 전인 작년 6월에 배럴당 107달러대에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브렌트유도 WTI와 마찬가지로 약세를 지속해 배럴당 52달러대를 나타났다.

지금까지 국제 유가의 급락은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늘려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젠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유럽 등의 경제가 디플레에 빠져 원유 수요가 줄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주요 증시의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331.34포인트(1.86%) 하락한 1만7501.65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37.62포인트(1.83%) 떨어진 2020.58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74.24포인트(1.57%) 내린 4652.57로 각각 마감됐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그리스발 불안’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기본적으로 최근 유가 급락의 원인은 셰일가스·오일로 대표되는 미국산 원유 생산 급증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산유국의 석유 감산 거부가 겹쳤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생산을 줄여 단기간 가격을 올리기보다, 생산량을 증가시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를 포함한 다른 경쟁자들을 힘들게 해 도태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하락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도 유가 급락에 한몫하고 있다.

유가 급락 추세는 최소한 올해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발표된 시티리서치 보고서는 “지금이 가장 혹독한 시기일 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은 앞으로 몇 개월간 더욱 심각한 하락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마켓워치(MarketWatch)는 이날 원유 투자 전문가인 스테펀 쇼크의 말을 인용해 6월에 2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풋옵션에도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원유의 배럴당 가격이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의미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