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의 ‘깜짝 스타’는 구자철(26·마인츠)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30·알 샤밥)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조광래 감독은 구자철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했다. 낯선 포지션에 빠른 속도로 적응한 구자철은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뽐냈다. 뛰어난 공격력으로 5골을 터뜨려 득점왕에도 올랐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한 구자철은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주가를 올린 덕분에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4년 후 구자철은 두 번째 아시안컵(9~31일·호주)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4일 구자철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4년 전의 위용을 보여 주지 못하고 전반이 끝난 뒤 교체됐다. 후반 교체 투입된 포지션 라이벌 남태희(24·레퀴야)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구자철의 부진한 플레이가 더 부각됐다.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슈틸리케호’로서는 구자철의 부활이 절실하다. 구자철은 스케일이 크고, 골 결정력도 갖췄다. 또 각급 대표팀에서 주장 역할을 하며 큰 대회 경험도 쌓았다. 구자철이 살아나야 대표팀의 앞길이 순탄해진다.
구자철이 부활하려면 카타르 아시안컵 때의 플레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실제로는 공격과 수비를 폭넓게 넘나드는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중원 싸움에 적극 가담하는 한편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과감하게 침투하고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구자철은 요즘 공격수처럼 지나치게 전진 플레이를 하다 보니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은 사우디전에서 투톱처럼 움직인 탓에 볼을 많이 터치하며 템포를 조절하고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 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구자철은 최근 AP가 선정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주목할 선수’에 포함됐다. AP는 구자철에 대해 “2011 아시안컵 득점왕”이라며 “제공권과 기동성, 노려한 수비력을 겸비했다. 상대를 계속해서 곤란하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칭찬했다. 바로 대표팀이 원하는 구자철의 모습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펄펄 날았던 카타르 아시안컵처럼… 구자철 ‘어게인 2011’ 기대
입력 2015-01-06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