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멕시코 ‘범죄와의 전쟁’…인형보다 싼 수류탄 대량 유통

입력 2015-01-06 14:29
AFPBBNews=News

긴 시간 마약 및 조직범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멕시코 정부가 여전히 치열한 전투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된 2006년 이래 지난 8년간 마약갱단 등 범죄조직으로부터 압수된 수류탄이 2만8000개에 달해 시민들의 안전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는 5일(현지시간)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펠리페 칼데론 전 정부가 마약범죄와 전쟁을 벌이면서 2006년부터 불법 유입되기 시작한 수류탄이 ‘하루에 8개’ 수준으로 압수됐으며 자국 방위산업체에서 보급한 71만여 개의 수류탄 중 상당수가 갱단에 빼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멕시코 정부가 경찰과 치안군 등에 수류탄을 대거 보급하자 마약갱단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류탄을 갖추기 시작했다. 수류탄이 멕시코에 본격적으로 보급됐던 2007년 당시 1개의 가격은 199페소(약 1만4800원)로 바비인형 1개(399페소) 또는 돼지고기 1㎏(259페소)보다 싸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접경한 동북부 타마울리파스주에서는 마약갱단으로부터 8년간 40여 차례의 수류탄 공격을 받아 50여 명의 경찰과 군인이 사망했다. 수류탄이 폐허가 된 건물이나 공원, 심지어 길거리에까지 방치되고 있어 어린이 등을 포함한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 주 검찰은 이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언론인 납치 사건에 지역 경찰관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검거해 조사에 들어갔다. 납치된 언론인 모이세스 산체스 세레소는 지역 마약갱단의 폭력을 기사로 고발하고, 범죄조직에 맞서는 주민 단체를 장려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이에 갱단과 연계된 지역 정부와 경찰이 납치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영국 런던 소재의 언론감시단체인 ‘아티클 19’는 세레소가 최근 메데인 데 브라보의 시장이 “입을 다물게끔 혼을 내주려고 벼르고 있다”는 말을 믿을만한 소식통한테서 들은 적 있다고 전했다.

마약갱단 간 세력 경쟁으로 악명 높은 항구 도시 베라크루스는 멕시코 언론인들에게도 취재활동이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2000년 이후 이 지역에서만 현재까지 최소한 15명의 언론인이 피살되고 4명이 실종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