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을미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첫날, 송구영신 예배와 신정예배를 드리면서 우리 모두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와 기쁨이 올 한 해 동안 충만하게 임하기를 기도했으리라 믿습니다. 2015년의 첫 새벽을 깨우는 예배를 통해 받은 감격이 일 년 내내 우리와 같이 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2014년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던 4월에, 꽃보다 아름다운 고등학생들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하는 세월호 참사를 시작으로 정말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배를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제일 먼저 도망가던 모습이 국민 모두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고, 소통과 화해의 정치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불통과 고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우리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생소한 바둑용어인 ‘미생’이라는 단어가 드라마 제목으로 등장하면서 취업을 못해 낙담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인기 드라마에서는 착한 여주인공보다 오히려 역사상 최강 악질녀라는 인물이 더 큰 인기를 끄는 기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이래저래 2014년은 참으로 이상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선지자 한 사람을 성경에서 만나보고자 합니다. 바로 예레미야 선지자입니다. 이른바 ‘눈물의 예언자’로 잘 알려진 그는 정말 혹독한 시대의 참상을 목격한 사람이었습니다. 전쟁의 피해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향한 위로의 말 대신에 그들의 교만과 불순종을 꾸짖던 예레미야는 당연히 인기가 없던 예언자였습니다. ‘제사장들과 선지자들과 모든 백성들이 그를 붙잡고 이르되 네가 반드시 죽어야 하리라’(26:8)라고 할 만큼 그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외로운 선지자였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음성은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의로운 음성으로 바뀌게 됩니다. 28장부터 예레미야는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비전, 새 희망을 힘차게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진정한 예언자는 모든 사람이 낙관적일 때 겸손할 것을 질타하고, 모든 사람이 절망할 때 오히려 새 목표와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짓 선지자들의 달콤한 예언에 속아서 실망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던 바로 그 때, 예레미야는 사자와 같이 힘찬 음성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희망을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33:2) 여호와 하나님은 ‘여호와 이레’(예비하시는 하나님), ‘여호와 닛시’(승리하시는 하나님), ‘여호와 라파’(치료하시는 하나님)와 같은 많은 은혜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2015년 새해 아침에 예레미야와 함께 부를 여호와의 이름은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올해 우리에게 주님이 뜻하신 모든 일을 반드시 행하시고 성취하실 것을 우리에게 약속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한 1:1)는 구절을 ‘태초에 행동이 있었노라’(Im Anfang war die Tat)라고 고쳐 말한 적이 있습니다. ‘빛이 있으라’는 말씀이 곧 빛을 만드셨기 때문에 말씀은 곧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신앙의 말씀은 참된 신앙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 말씀이 신실하신 하나님은 올해 우리를 위한 모든 일들을 미리 계획하시고 성취해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하나님께 부르짖는 기도뿐입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33:3)
2015년 한 해는 예레미야의 권면을 따라 우리 모두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는 기도로 성취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기를 축복합니다. 모든 믿음의 지체들에게, 각 가정에 주님이 섭리하신 ‘크고 은밀한 일’이 성취되기를 축복합니다. 그리고 옛날 예레미야가 70년만에 이스라엘이 반드시 회복되리라던 힘차게 예언했던 것처럼, 분단 70년을 맞이하는 올 해에 우리 민족의 통일이라는 정말 ‘크고 은밀한 일’이 성취되기를 위해 우리 모두 기도할 수 있기 바랍니다.
배국원 목사(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입력 2015-01-06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