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득실거리는데… 기름값 아깝다고 순찰 줄여야 하나”

입력 2015-01-06 10:36

“해상에 중국어선이 득실거리는데, 경비함 기름값이 아까워 순찰 도는 걸 주저해야 되겠습니까. 게다가 기름값 없다고 수당까지 깎으려 하다니…”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경비함정 유류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연말에 경찰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뒤늦게 지급했다.

6일 해경안전본부에 따르면 해경은 작년 경비함정 306척의 유류비 예산으로 987억원을 집행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이 중 170억원의 유류 구매대금 결제를 올해로 미뤘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현장에 동원된 경비함의 수색 구조활동이 장기화하면서 유류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경비함 유류비 지출액만 23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경본부는 유류비 때문에 연말 재정이 빠듯해지자 해양경찰관의 12월 시간 외 수당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해양경찰관은 “함정 기름값이 부족하다고 직원 주머니를 터는 조직에서 어떻게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해경본부는 최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불용 예산 120억원을 지원받아 수당을 지급했다.

해경의 유류비 부족 현상은 매년 되풀이되는 사안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경이 경비함 유류비 부족 때문에 유류를 외상 구매하고 이듬해 갚은 액수는 2011년 이후 매년 200억∼400억원에 이른다.

해경본부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비활동이나 근무 교대 때 과속을 자제하고 경제속력으로 순항하며 유류비를 아끼라고 일선에 지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 현장이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비 해역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해양경찰관이 경비함 기름값 걱정부터 해야 하는 실정이다.

해경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유류비 예산이 늘어나 1016억원이 편성됐고 유가도 인하되고 있어 작년처럼 유류비 부족 현상이 재발하진 않을 것”고 내다봤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