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퍼거슨 대배심원 ‘비밀유지명령 해제해달라’ 소송

입력 2015-01-06 10:04
AFPBBNews=News1

지난해 8월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무참히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배심원 한 명이 평생 이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도록 한 검찰의 '비밀유지명령'을 해제해달라며 5일(현지시간)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대배심의 결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당시 대배심 평결 과정을 대중에 공개토록 한다면 퍼거슨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은 인권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익명의 배심원을 대신해 평결 과정을 공개할 수 있도록 검찰의 비밀유지명령을 해제해달라는 소장을 연방지방법원에 냈다고 6일 일제히 보도했다.

대배심과 기소 여부를 함께 결정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찰이 배심원 전원에게 이와 관련한 평생 '비밀서약서'를 받은 가운데 이를 무심코 바깥에 발설했다가 도리어 유죄를 받을 수도 있기에 그전에 검찰의 공표 금지 명령을 거둬달라며 법원의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 대배심은 백인 9명, 흑인 3명 등 12명으로 이뤄졌다. 남자는 7명, 여자는 5명이었다.

소장에 이름을 올린 익명의 배심원은 인종갈등과 경찰의 공권력 사용과 관련해 국가적인 논쟁을 부른 퍼거슨 사건이 아주 특수하다며 어떤 식으로 대배심의 평결이 이뤄졌는지를 일반 대중도 알아야 하기에 이를 토론하고 설명하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로서트 ACLU 소속 변호사는 "배심원의 비밀서약 규정은 퍼거슨 사태와 같은 아주 이례적인 사건에서는 반드시 준수해야 할 규정이 아니다"라며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막지 못하도록 한 수정헌법 1조는 검사가 투명하게 주장을 밝혀야 하는 사건에서 배심원에게 평생 비밀유지명령을 요청하는 것을 금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윌슨 경관을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는 배심원의 결정을 발표한 보브 매컬러크 검사 측은 아직 소장의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은 퍼거슨 사건 발생 3개월 후인 11월 24일 브라운에게 최소 6발 이상을 쏴 절명케 한 윌슨 경관을 불기소하기로 하고 사실상 그에게 '면죄부'를 줘 큰 논란을 불렀다.

매컬러크 검사는 사건 직후 조사를 위해 소집된 대배심이 25차례 만나 70시간 동안 60명의 목격자 진술을 듣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그는 수천 쪽에 달하는 조사 자료를 이례적으로 공개해 대배심의 판결에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배심이 브라운 쪽 목격자의 증언을 거의 무시한 채 윌슨 경관의 진술에만 크게 의존해 결론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또 자료를 살핀 법률 전문가들이 부정확한 기억과 거짓으로 일관해 신빙성을 떨어뜨린 증인을 대배심 청문회에 부르고 실제 사건과 큰 연관이 없는 방대한 자료를 배심원에게 제공하는 등 검찰이 처음부터 윌슨 경관을 불기소하려고 배심원의 판단을 호도했다고 강력히 비판함에 따라 사법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크게 일었다.

대배심 평결 과정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태라 법원의 비밀유지명령 해지로 배심원이 당시 느낀 문제점을 일반에 공개한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체포하다가 흑인 에릭 가너의 목을 졸라 살해한 백인 경관에 대해 역시 불기소 결정을 내린 뉴욕 대배심의 평결 과정 공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