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설문조사 명목으로 의사들에 준 돈은 접대비로 과세 적법”

입력 2015-01-06 10:07

A제약회사는 2010년 의약품 시장조사·홍보업체인 M사에 의뢰해 약품 2개를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대가로 의사 858명에게 모두 13억여원을 지급하고, 이를 비용으로 따져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신고했다. 감사원은 A사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부당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로 적발된 79개사를 취합해 국세청에 통보하고 세무조사를 지시했다.

A사를 관할하는 서울 역삼세무서는 2013년 1월 세무조사를 벌인 뒤 시장조사 용역비로 지출한 돈을 접대비로 판단해 부가가치세 1억8000여만원과 법인세 3억8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A사는 해당 조사는 각 의약품의 새로운 효능과 관련한 임상 사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것이지 의사들에게 접대비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과세 불복 소송을 냈다.

법원은 접대비로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수석부장판사 함상훈)는 A사가 “시장조사 용역에 쓴 비용을 접대비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해당 업무를 담당한 원고 회사의 임원과 M사 대표이사는 이미 약사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 조사를 처음부터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진행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설문조사 형식을 이용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 비용이 아니라 사회질서에 심히 반(反)하는 것으로,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법인의 사업 관련 손실 또는 비용으로 볼 수 없다. 이에 대한 과세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