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죽어서도 차별받던 집시 영아 10일만에 장례식

입력 2015-01-06 01:01
프랑스에서 집시인 부모가 납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동묘지 안장을 거부당한 3개월짜리 영아가 사망 10일 만인 5일(현지시간)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

일간지 르파리지앵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26일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숨진 여자 아이 마리아 프란체스카의 장례식이 이날 파리 외곽 위수시 공동묘지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프란체스카 유족과 이웃 등 100여명은 이날 장례 미사를 올리고서 프란체스카의 관을 위수시 공동묘지로 옮겨 묻었다.

프란체스카 부모는 애초 자신들의 집시촌이 있는 파리 외곽 샹플랭 지역의 공동묘지에 안장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크리스티앙 르클레르 샹플랭 시장은 공동묘지에 여유 공간이 많지 않다며 “지방세를 내는 이들에게 우선권이 돌아가야 한다”면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체스카 부모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샹플랭 외곽 집시촌에서 살고 있으며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위수시 시장은 “인도적 문제”라면서 숨진 영아를 위한 매장지를 제안했고 결국 사망 10일 만에 이날 장례식이 치러졌다. 장례식에서 프란체스카 부모는 자신의 딸에게 묘지를 내 준 위수시 시장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위수시 시장도 이들을 위로했다.

집시라는 이유로 죽어서도 묻힐 곳을 찾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고서 프랑스에서는 샹플랭 시장의 결정에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현지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와 인터뷰에서 “이번 장례 문제에서처럼 프랑스인들이 다른 이들을 몰아세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어린이의 출신을 이유로 매장을 거부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프랑스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프랑스에서는 약 2만 명의 집시들이 물과 전기 등 필수 시설이 부족한 임시거주지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