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안개로 5일 청주공항에 임시 착륙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탑승객들이 항공사의 늑장 대응에 항의하며 비행기 점거 소동을 벌였다.
이 여객기는 사이판에서 출발할 때도 6시간이나 늦게 출발한 데다 제주항공 측은 청주공항에서도 승객들을 7시간 이상 기다리게 해 승객들의 분노를 키웠다.
제주항공과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등에 따르면 사이판에서 승객 171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3401편이 인천공항에 낀 안개 때문에 이날 오전 3시45분쯤 청주공항에 임시 착륙했다.
청주공항 도착 후 항공사 측은 승무원을 대체 근무자로 교체한 뒤 오전 7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일부 승무원은 청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근무시간이 초과됐다며 승객을 뒷전으로 한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탑승객 문모(37)씨는 "청주공항에 도착한 뒤 교체 기장이 오더니 옷을 안 가져왔다, 서류가 미비하다며 몇 시간을 비행기에서 못 내리게 했다"며 "24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노인들은 위경련을 일으키기도 했고, 임산부는 다리가 퉁퉁 부어 고통스러워했다. 먹을 것을 달라고 하니까 물만 가져다주고는 밥은 사먹으라고 했다. 그 와중에도 승무원들은 면세품 팔기에 급급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항공 측은 “항공법상 승무원의 근무시간이 엄격하게 제한돼 어쩔 수 없이 먼저 내린 것”이라며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여객기 이용이 여의치 않자 뒤늦게 버스를 이용해 인천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탑승객 대부분은 청주공항에 도착한 지 6~7시간 이상이 지나서 항공사 측이 마련한 버스를 이용해 청주를 떠났다.
탑승객들은 항공사 측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먹을 것도 주지 않으면서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자 승무원들을 밀치고 내리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탑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승객들을 비행기에서 못 내리게 했던 제주항공 측은 승객들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했다고 한 탑승객은 전했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 안에 남아 항공사의 공식적인 해명과 보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는 이들에게 항공기 점유는 불법이며 항공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5명은 이날 오전 11시쯤 차후 협의를 약속한 다음에야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들은 제주항공이 마련한 버스 5대에 나눠 타고 청주를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에선 항공사의 부적절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아시는 분이 이 비행기 탔는데 원래 어제 낮 4시30분 비행기인데 밤 10시30분쯤 출발하고 인천 도착해서도 착륙 못하고 뱅뱅 돌다가 청주로 갔다고 한다”며 “청주에 도착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사이판이면 가족 여행도 많은 곳인데... 아기들은 기저귀도 없고 아이나 어른들은 24시간 굶고. 비행기 점거한 건 잘못된 거겠지만 제대로 대응 못한 제주항공도 잘못했네요.”라고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들은 “저가 항공사라 싸서 좋은 게 아니라 우선 내실부터 다지고 해외로 나가야 할 듯. 사이판이면 외국인 한두 명은 탔을 텐데 국제 호구 되기 딱 좋은 처사다”,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기상악화로 버스로 인천으로 가겠다고 말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시 인천으로 비행기 간다고 했다가 승무원의 서류가 미비해서 비행기에 탈 수가 없다며 그제서야 버스로 이동하자고 하면 화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나. 벌써 12시간 이상 지연됐는데.” 등의 분노를 쏟아냈다.
승객들의 여객기 점거를 비난하는 댓글들도 상당수 올라왔다.
“조현아 욕할 거 하나도 없다. 비행기만 타면 왕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 미개한 대한민국 인간들이 문제지.”
“심하다. 그냥 불만이라는 의사전달만 하자.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심한 거 같다.”
“공항에서 배 째라고 있는 저 사람들 항공사에서 돈 주는 거 받으려고 저러는 거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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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5 16:54 수정 2015-01-05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