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침묵했다...청와대가 오히려 파문의 발원지

입력 2015-01-05 16:45

지난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결국 모두 허위로 결론 났다. 지난해 11월 28일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관련 파문은 ‘시중의 풍설(風說)’로 드러났지만, 파문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청와대였다는 점은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는 이런 파문이 불거지기 전에 이를 통제할 기회가 수차례나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청와대의 위기대응에 심각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와대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청와대는 5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런 입장을 낼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입장을 내놓을지를 놓고 논의했으나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 ‘찌라시 수준의 문서’라고 규정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다시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이번 파문의 진원지이자 핵심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청와대 내부 인사들이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번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인데,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원죄가 있는 청와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권력암투’ 부추긴 청와대 공직기강팀=검찰 수사 결과로 비선실세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 관계자들이 오히려 비선(秘線)으로 지목됐다.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를 하면서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청와대 공직기강팀이 박지만 EG 회장의 비선으로 활동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7개월간 청와대 내부문건 원본 17건을 사인인 박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여기에는 박 회장 부부 관련 문건도 있지만, ‘정윤회 문건’ ‘박 회장 미행설’ 문건 등 청와대 안팎에서 권력암투를 부추길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실제로 박 경정은 ‘정윤회 문건’을 사실처럼 과장해 작성했고, 조 전 비서관은 이를 박 회장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결국 모든 의혹의 발원지가 청와대였던 셈이다.

◇박 대통령 국정운영 발목 잡은 청와대=결국 청와대는 이번 파문의 진원지이면서 위기관리에도 미숙함을 보이면서 국정 운영의 주요 고비에서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월호 참사 및 인사파동, 여야 대치 국면이 끝나고 국정 정상화를 기대하던 상황에서 갈 길 바쁜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빼앗은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 이전부터 보여준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과 비밀주의는 한심한 수준이다. 청와대는 지난 1월 박 경정이 작성·보고한 ‘정윤회 문건’과 관련, 사실관계 및 보고 경위 등에 대한 확인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4월 내부문건 유출 사실을 파악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문건 회수 및 유출자 색출에 나설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6월에도 문건 유출이 다시 보고됐을 때도 명쾌한 사후조치는 없었다. 아울러 이번 파문이 청와대 비서관들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됐는데도 내부적으로 조율한 흔적 역시 찾기 어렵다. 대통령 비서실을 최고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