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은 4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르기 전 “결과와 내용 모두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2대 0으로 이겼으니 결과는 좋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슈틸리케호’가 9일 개막하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사우디전에서 드러난 약점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볼을 소유하고 끊임없이 전진하며 경기를 주도하는 플레이를 원했다. 그러나 전반 내내 슈틸리케 감독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전반 4-2-3-1 포메이션에서 공격 전개는 뻑뻑했다. 소속팀 일정으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쌍용’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볼턴)이 빠진 영향이 컸다.
한국은 왼쪽 날개 손흥민(레버쿠젠)의 측면 공격에 크게 의존했다. 전반적으로 팀이 아닌 개인이 중심이 된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은 집중적으로 견제당할 것이 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적의 조합을 찾아 팀으로 플레이해야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현 시점에선 조영철(카타르SC)을 앞세운 제로톱 전술이 가장 승산이 높아 보인다.
수비 조직력은 경기 내내 불안했다. 아직 확실한 주전 포백라인을 구성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 시발점으로 수비수 역할을 강조했지만 이날 수비수들은 역습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 박주호와 한국영은 적극적인 태클과 몸싸움으로 사우디 공격을 차단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이후 움직임이 깔끔하지 않았다. 첫 패스가 정확하지 못해 한국은 공을 오래 소유하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문제로 제기됐던 ‘리더십의 부재’가 이번에도 노출됐다. 주장 완장을 찬 구자철(마인츠)은 공수 연결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한 것도 아닌 애매한 플레이를 했다. 구자철은 전반이 끝난 뒤 교체됐다. 대신 후반에 투입된 남태희(레퀴야)는 창의적인 플레이로 추가골을 터뜨리는 데 앞장섰다. 축구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주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기성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 변화를 줬다. 4-1-4-1 포메이션으로 승부를 건 것. 박주호·김주영·장현수·김창수-한국영-손흥민(90분 김민우)·이명주·남태희·한교원-조영철(72분 이정협)로 진용을 새로 짜자 파괴력이 배가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 역습을 의식하지 않고 2선에서부터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을 했다. 모험은 통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며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했던 바로 그 플레이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호, 사우디전 승리 잊고 드러난 약점 보완하라”
입력 2015-01-05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