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폭발했다. 2015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졸전에 화가 난 듯 물병을 걷어찼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 4일 호주 세스녹 스포츠그라운드에서 열린 뉴질랜드 프로축구 오클랜드시티와의 평가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전반 33분 엔도 야스히토의 선제골과 후반 45분 오카자키 신지의 추가골로 승부를 갈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일본 대표팀의 완승이었다.
문제는 경기 내용에 있었다. 일본이 2골을 넣을 때까지 때린 슛은 모두 13개다. 아시안컵 2연패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의 골 결정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기록다. 오클랜드시티가 별도의 생업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한 세미프로 전력이라는 점도 아기레 감독의 심기를 긁었다.
아기레 감독은 세 번째 교체 선수를 투입한 후반 16분 벤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이드라인 주변에 놓인 물병을 찼다. 이 장면은 스포니치 아넥스 등 일본 스포츠지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은 5일 야후 재팬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게시판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스포니치는 아기레 감독이 멕시코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2009년 평가전에서 파나마 선수의 배를 걷어차고 퇴장을 당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순간온수기’라고 조롱했다.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심한 경기를 보면서 화를 내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의견과 “선수단의 동요를 부를 수 있는 행동은 감독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스포니치는 “아기레 감독이 스페인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고발을 당했고 아시안컵에서 조기 탈락할 경우 경질될 가능성이 높아 예민하다”며 “더욱이 오클랜드시티는 2주간 휴식하고 3일간 호흡을 맞춘 상태였다. 화를 내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고 아기레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더는 못참아” 아기레 감독 물병 발로 뻥… 日 졸전에 분노 폭발
입력 2015-01-05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