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그림자 금융’ 규모가 5년 새 두 배로 급증해 1조50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안정위원회(FSB)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그림자 금융으로 분류되는 기타 금융기관 자산 규모는 2013년 기준 1조4780억 달러(1633조원)였다. 이는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1조3045억 달러의 113.4%에 해당한다.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아 위험성이 높은 금융 기관의 금융상품을 뜻한다.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파생상품을 주로 지칭하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한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2008년 7334억 달러에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074억 달러로 23.7% 급증했다. 2010년 1조62억 달러로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12년 1조3120억달러로 GDP(1조2224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2008년 이후 5년 만에 규모가 두 배 이상 급증한 국내 그림자 금융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그림자 금융 규모도 2008년 58조5000억 달러에서 2013년 75조2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 문제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최근 한국 외에 중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급증한 반면 선진국들은 규모 증가는 제한적이다. 일본은 3년 연속 그림자 금융 규모가 감소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0을 중심의 국가들이 금융 분야 규제와 감독에 관한 기준 등을 마련하고 금융당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자 FSB를 설립했다,
FSB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대폭 강화된데다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그림자 금융 규모가 급증했다며 이 추세로 가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MMF와 헤지펀드 등 그림자 금융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며 이런 자금은 단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유사시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그림자 금융’ 1600조원 돌파… 한국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입력 2015-01-05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