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해 벽두부터 대북 제재 초강수…재무부에 포괄적 권한 부여

입력 2015-01-04 16:14
ⓒAFPBBNews=News1

미국이 새해 벽두부터 북한에 대해 ‘초강수’를 뒀다. 소니영화사 해킹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북한 정부와 노동당을 직접 겨냥하고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인민무력부(우리나라 국방부 해당) 산하 정찰총국을 제재대상으로 공식 지정했다. 더욱이 향후 북한에 더욱 포괄적인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미 재무부에 부여했다.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북한의 계속된 도발적이고 억압적인 행동과 정책, 특히 소니를 상대로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는 행동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테러나 핵무기·미사일 발사 실험 등 이외에 자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제재를 결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그와 관련된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개인 10명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소속 지역담당인 길종훈·김광연·장성철·김영철·장용선·김규·류진·강룡, 조선단군무역회사 소속 김광춘, 북한 관리인 유광호다.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단체들은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고 미국 개인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번 행정명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 연방수사국(FBI) 등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니영화사 해킹의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다며 ‘비례적 대응(proportional response)’을 경고한 지 2주일 만에 나왔다. 이미 예고된 강경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업무에 복귀하기 전 하와이 겨울 휴가지에서 행정명령에 서둘러 서명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회 상·하원 지도부의 강경조치 주문과 맞물려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북한이 고립된 경제체제를 유지하는데다 이미 광범위한 제재 하에 놓여있어 상징성이 큰 조치라는 지적이 있지만, 북한 국영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대한 외국 정부나 금융회사들의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더욱이 행정명령을 통해 재무장관이 국무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간부 및 산하 기관과 단체들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제재를 쉽게 내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북제재 행정명령은 최근 커지는 소니 해킹 배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미국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 틀림없다’고 못을 박았다는 의미도 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일부 사이버안보 전문가들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민간 전문가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기밀 정보채널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 정보기관들이 도·감청 등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의 해킹 관여를 확인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를 강력 비난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압살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릴수록 선군정치에 의거해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려는 우리의 의지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