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짚고 헤엄치려는 은행들 가계대출에 편중

입력 2015-01-04 08:34
지난해 늘어난 시중은행의 대출 가운데 90% 정도가 가계 대출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 등 손실 위험이 적은 가계대출에 편중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주요대출(주택담보·전세자금·신용·자영업자·대기업·중소기업대출) 총잔액은 지난해 말 793조3000억원으로 2013년 말 737조원보다 7.6% 늘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전세자금 대출이다. 2013년 말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6000억원으로 43.9%가 늘어났다. 전세의 월세 전환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등으로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져 전세가 상승률(4.4%)이 매매가(2.4%)보다 훨씬 높았고, 최근 수년 동안 전세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대출 규모로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액이 가장 컸다. 2013년 말 27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99조8000억원으로 증가액이 무려 29조2000억원에 달했다. 증가율도 10.8%에 이른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꾀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가 완화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것도 주택대출 급증의 주요 요인중 하나다. 이런 정부 조치에 따라 10월 3조8000억원, 11월 3조8000억원, 12월 3조5000억원 등 최근 3개월 동안 증가액이 11조원을 넘어 지난해 총 증가액의 40%에 육박했다.

반면 지난해 자영업자대출을 제외한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액은 4조3000억원에 머물렀다. 2013년 말 15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57조8000억원으로 늘어 증가율이 2.8%에 불과하다. 이는 14조원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대출 증가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