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일본, 금녀의 영역이 사라져간다

입력 2015-01-02 17:11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본의 트렌드가 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는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서 트럭운전사 같은 전형적인 남성우대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이 증가하면서 점차 금녀(禁女)의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급속한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면서 노동 시장의 성(性)벽이 완화되고 있는 현상이 집중 조명됐다.

FT에 따르면 화물 운송업체인 시미즈운유의 경우 과거에는 트럭운전사로 여성 인력을 전혀 고용하지 않았으나 현재는 여성 직원 비중이 10%에 달한다. 이 회사의 시미즈 에이지 사장은 “과거에도 여성 지원자는 있었으나 업종 특성상 회사가 뽑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구인난이 가중되면서 여성에도 문호를 넓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의 노동연령 인구는 7700만 명으로 2007년 1월에 비해 7% 감소했다. 가용 노동인력이 전체 일자리의 90%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지난해 같은 시기 취업 중인 일본의 노동연령 여성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67%에 달했다.

노동경제학 전문가인 세이케 아쓰시 게이오대 교수는 “고용주들에게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재능 있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서는 여성 인력의 노동시장 활용을 극대화하려면 근무 시간의 유연성 확대와 함께 육아 부담을 남성이 적극적으로 나눠지는 문화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