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을 잡아라.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공화당의 당내 경쟁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두 명의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43)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과 젭 부시(61)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주목받는 두 인물이다.
‘공화당의 샛별’로 통하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전파를 탄 NPR(공영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플로리다 주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2명의 후보를 배출할 수 있다”며 대권 도전 의향을 내비쳤다. 또 다른 1명은 부시 가문에서 세 번째 대통령에 도전하는 젭 부시 전 주지사다.
루비오 의원은 부시 전 주지사가 지난 연말 페이스북을 통해 대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밝혔을 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면서 “나와 부시 전 주지사는 지지층이 많이 겹치지만 때로는 갈리기도 한다"며 "내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이런 사실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곧 대권 출마를 공식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는 루비오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불려왔다.
그동안 ‘고민’을 거듭해 온 부시 전 주지사는 사실상 대선 출마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가 영리 교육 기업인 아카데믹 파트너십의 이사직을 포기한 것은 물론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교육 재단의 이사회에서도 탈퇴했다고 보도했다. 부시의 대변인인 크리스티 캠벨은 부시가 대선 출마 여부를 고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고자 2007년 공직을 떠난 이래 맡았던 모든 직함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부시는 멕시코 태생의 부인(콜롬바)을 뒀을 뿐아니라 스페인어에도 능통해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사로잡을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루비오 의원은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이민자의 아들로,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 히스패닉계의 정치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두 사람이 2년 가까이 남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일찍부터 행보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높은 출산율과 이민 등으로 가장 인구 증가율이 높은 히스패닉계와의 정치적 파워를 계산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히스패닉계는 압도적으로 이민 확대와 소수민족 권리 신장 등을 주장해 온 민주당의 표밭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 구성과 정치 지형 급변을 고려할 때 공화당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대선에 내세울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히스패닉계는 2013년 7월 기준 약 54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하며, 2050년이면 1억550만명으로 28%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2016 대선] 플로리다 출신 두 공화당 후보 히스패닉계 표심 놓고 격돌
입력 2015-01-02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