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시리즈 오관진 작가 1월 7일 미술 본고장 프랑스 파리 한국대사관 개인전 한국의 서정 선사

입력 2015-01-01 21:10
‘비움과 채움’ 시리즈로 한국의 서정을 담은 그림을 그리는 오관진 작가가 새해 1월 7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파리 대한민국 대사관(한국문화원)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TV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그의 그림이 전파를 타기도 했지만 따스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KBS 1TV ‘낭독의 발견’ 추석특집 우주인 이소연씨와 출연해 달과 달항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1시간 정도 나누면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이후 2012년 SBS TV 주말드라마 ‘맛있는 인생’, 2013년 SBS TV 수목드라마 ‘그 겨울바람이 분다’, SBS TV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SBS TV 아침드라마 ‘당신의 여자’에 등장했다.

또 SBS TV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SBS TV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 SBS TV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 KBS TV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 등에 그림이 소품으로 나왔다. 2014년에는 KBS TV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KBS TV 주말드라마 ‘참좋은 시절’, SBS TV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SBS TV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 등에도 출연했다.

작가의 작품이 드라마 소품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솔직하고 덤덤한 우리 땅의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청화백자는 용문을 새긴 반듯한 가문의 마음이 들어 있고, 막사발은 거친 어머니의 손이 스쳐간 듯 그립다. 분청사기는 단순하지만 구조적인 세련미를 갖추었다. 달항아리는 아름답고도 곱디곱다. 후덕하고 넉넉해서 돌아앉은 여인네의 풍성한 뒷모습처럼 푸근하고 정겹다.

작가는 도자기의 생명력에 귀 기울인다. 그래서 화면은 도자의 형태와 질감, 숨쉬는 마음, 그것을 감상하는 자의 시선까지 끌어안고 있다. 작업은 고된 노력을 요구한다. 한지로 바탕을 만들고 조각하듯이 날카로운 칼로 환부를 도려내고 돌가루와 안료를 섞어 자기(磁器)의 매끈한 형태를 올린다. 단순히 붓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비움과 채움을 통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

박옥생 미술평론가(한원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균형이 빗나간 달항아리, 불길이 스치다 만 막사발의 검은 흔적, 흙이 자신의 본성을 다한 숙명적인 균열까지 초사실적으로 보여주지만 오랜 역사를 숨쉬어온 자기의 시간처럼 눈앞의 화면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그림 밖으로 매화가 자라나고 체리가 뒹구는 화면이 자라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준다”고 했다.

가마에서 전부를 태워내고 비로소 오롯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깊은 심연 속에 고뇌하는 장인처럼 작가는 2차원의 화면에 그릇을 채워내고 마음을 불어 넣으며 그것을 ‘채움’과 ‘비움’이라 한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비우기와 채우기, 회화와 조각의 경계,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회화영역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매화는 따스한 온기를 전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경향아티클 편집장)는 작가의 작업을 ‘선(繕)과 선(鮮)으로 빚어 공(空)을 짓다’라는 표현으로 평가했다. 손수 공들여 그리고 상감기법으로 화면을 분할해 채우면서 물질의 실체성은 물론 그 안에 들어 있는 ‘보이지 않으나 보이는’ 것, ‘들리지 않으나 들을 수 있는 것’에 대해 탐미해온 작업은 공명으로 치환된다는 것이다.

계원예고를 나와 홍익대와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그동안 비컨갤러리 초대전(IBK 한남동 PB센터), 갤러리포스 초대전, 장은선갤러리 초대전, 한원미술관 초대전, 알토아트페어부산(부산 센텀호텔), 매경-오픈옥션 선정작가전(매일경제 본사) 등 2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국내외 아트페어 등 그룹전과 기획전은 200여 차례에 달한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한국미술대전 우수상, 마니프상, 아시아 미술대전 대상, 경향하우징 아트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오쿠라호텔(마카오), SK그룹, 동양제철화학그룹(OCI), 파라다이스호텔그룹, 국회의사당, 호주 RMIT 대학교, 싱가포르 SOTA국제학교, 경기도 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한국의 서정을 전하는 그의 작품이 미술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성가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