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없고, 담배 손님도 없어요.”
담뱃값이 2000원 오른 첫날인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편의점 주인 이모(52)씨는 짜증 섞인 말투로 이렇게 내뱉었다. 텅 빈 담배 진열대에는 새 가격표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잘 안 팔리는 종류만 10여갑 남았을 뿐이다. 이씨는 “새벽에 대여섯명 왔고 해 뜬 뒤 담배 손님은 딱 3명이었는데, 2명은 사려는 담배가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며 “담배 장사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편의점에선 인상된 담뱃값이 적용된 1일 0시를 기점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 전날에는 담배 손님만 840명이 넘어 평소보다 배 이상 많았다. 주인 양모씨는 “그동안 담배 손님 중에는 9월부터 2·3일마다 한 보루씩 사간 사람도 있었다”며 “담배가 매출의 40%나 되는데 4월까진 손님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편의점에서 5분간 담배를 고르던 최모(29)씨는 “평소 피우던 담배는 한 달 전부터 어디서도 안 팔았다. 끊어보자는 마음에 사재기하지 않았는데, 이제 피우려 해도 안 팔아서 못 피우겠다”고 했다. 이 편의점 직원 배모(62)씨는 “손님이 찾는 담배는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며 “우리 편의점 주인도 사재기를 해놨어야 한다고 후회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곳곳에서 ‘담배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에는 인상 전 담배가격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직원 김모(24·여)씨는 “새벽에 술 취한 남성 몇 명이 가격표를 안 바꿨으니 예전 가격으로 팔라며 행패를 부렸다”고 토로했다.
미리 사 놓은 담배를 가져와 오른 가격으로 환불해 달라는 경우도 등장했다. 송파구의 편의점 직원 강모씨는 “1시간 전에 사갔다며 담배 한 갑 내밀고는 환불해 달라는데 그 담배는 1주일 전부터 없어서 못 팔았던 거였다”며 “‘영수증이 있어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써붙여 놨는데도 막무가내여서 경찰을 부를 뻔했다”고 말했다.
흡연석 운영이 금지된 커피전문점 등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관악구의 커피전문점 직원 양모(27)씨는 “흡연석이 없다고 안내하자 남성 손님 3명이 ‘그럼 여기 왜 오겠냐’며 나갔다”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암거래’ 움직임까지 보인다. 한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는 ‘담배 필요한 분 연락 주세요’란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담배 3만원에 삽니다’란 제목의 글도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담배 소매인으로 지정되지 않고 담배를 파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인터넷이나 암시장에서 담배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지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수정 황인호 임지훈 기자 thursday@kmib.co.kr
담뱃값 인상 첫 날 맞은 편의점 “담배도 없고, 담배 손님도 없어요”
입력 2015-01-01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