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3년전 최약체’ 우리은행 선두로 이끈 ‘쌍두마차’ 전주원·박성배 코치

입력 2015-01-01 17:12 수정 2015-01-01 21:31
춘천 우리은행 전주원(오른쪽), 박성배 코치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함께 농구공을 잡고 골대를 응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두 코치의 힘으로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병주 기자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는 춘천 우리은행의 독무대다. 1일 현재 17승1패로 승률이 무려 9할이 넘는다. 2위 인천 신한은행과의 승차도 4.5게임이나 차이가 난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우리은행은 3시즌 연속 꼴찌라는 수모를 겪는 등 최약체 팀이었다. 하지만 위성우(44) 감독과 전주원(43) 박성배(41) 코치가 들어오면서 완전히 변모했다. 위 감독은 “우리 팀 코치들이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독주의 일등공신 전 코치와 박 코치를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박 코치는 위 감독과 전 코치가 인천아시안게임 코칭스태프로 차출돼 지난해 5월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홀로 선수들을 훈련시켰다. 박 코치도 위 감독처럼 독종이다. 그는 4개월 넘게 매일 하루 7시간 이상의 강 훈련을 시켰다. 그는 “성적이 안나오면 나에게 화살이 다 돌아올 것 같았다”면서 “시즌이 시작되고 매 경기를 치르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회고했다. 다행이 우리은행은 여자 프로농구 사상 첫 개막 16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지난해보다 더 강력한 팀으로 변모했다. 박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전 코치는 엄격한 위 감독과 박 코치 사이에서 선수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개인상담은 전 코치 몫이다. 섬세한 여자선수들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다독인다. 일례로 한 선수가 기분이 안 좋고 컨디션이 엉망일 때 전 코치는 위 감독에게 그 선수가 아파서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보고한 후 자유시간을 준다. 박 코치가 옆에서 거들었다. 한 번은 웃으면서 “피부 관리 좀 해라”고 했는데 그 선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말을 듣고 전 코치가 곧바로 박 코치에게 “조심해라.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마냥 선수들 편을 들지 않고 고쳐야 할 사항은 바로바로 지적한다. 워낙 유명한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전 코치가 지시를 내릴 때면 선수들이 더욱 집중해서 듣는다는 후문이다. 전 코치는 “여자 선수들인 만큼 예민한 부분이 있고, 남자들이 모르는 투정도 있다”면서 “감독과 선수들의 생각을 맞추는 게 아주 힘들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항상 선수와 경기에 매달려야하기 때문에 두 코치는 개인 생활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특히 이제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딸을 둔 전 코치는 크리스마스 때도 집에 가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을 물어봤다. 박 코치는 “일단 팀이 계속 잘해 우리은행 전성기의 주역이 되고 싶다”면서 “더 나아가서는 이 팀에서 좋은 지도자 수업을 쌓고 싶다”고 희망했다. 전 코치는 “그냥 농구장에 있는 것이 즐겁다”면서 “내가 소속된 팀이 잘하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농구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