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인민생활 향상 총력전

입력 2015-01-01 16:34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이외에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국가 건설 등 경제·정치 분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김 제1비서는 ‘조국해방 70돌과 조선노동당 창건 70돌’이라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제1비서는 “사회주의 수호전과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역에서 승리의 포성을 높이 울려 조국해방과 당 창건 70돌을 혁명적 대경사로 빛내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 “모든 일꾼들과 당원들, 인민군 장병들과 근로자들이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으로 살며 투쟁해야 한다”면서 체제 정통성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내세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제1비서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에는 특히 과학 분야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과학기술의 위력’을 언급하면서 “과학연구 부문에서 최첨단 돌파전을 힘 있게 벌여 경제발전과 국방력 강화,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연구 성과들을 많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하여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 절약형 농법 도입’ ‘축산기지 정상화’ 등을 독려했다. “당 사업의 주된 힘이 인민생활 향상에 돌려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어린이 학용품 생산을 담당하는 경공업이나 전력 문제 해결에 대한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국제사회 제재로 더욱 어려워진 경제난·식량난을 반영한다. 또 올해 집권 4년차를 맞은 김 제1비서가 체제 공고화 차원에서 민생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농사에 모든 힘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위대성 교양’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 등 사상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제1비서는 “당의 위력한 무기인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 우리 혁명의 사상진지를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 산하 조직인 인민내무군과 관련해 “수령 보위, 제도 보위, 인민 보위의 칼을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면서 공안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또 “지난해에 당과 인민대중의 혼연일체가 보다 굳건해지고 혁명대오의 순결성과 위력이 더욱 강화됐다”고 했다. 2013년 말 장성택 처형과 그 이후의 잔재 청산 작업을 자평한 듯한 발언이다. 당 내부의 ‘세도(정치적 권세를 휘두르는 것)와 관료주의’를 극복하라는 언급도 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당안에 배겨있던 종파 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노골적인 표현을 쓴 바 있다.

김 제1비서는 청천강 계단식발전소, 미래과학자거리 등의 건설 사업을 훌륭히 완공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의 공고함을 과시하기 위한 ‘치적 쌓기용’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인민 생활 조건 개선을 위한 건설을 많이 해 자립 경제의 토대를 안겨줘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그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이 선전한 것을 거론하면서 “굴함 없이 싸워 조국의 영예를 빛냈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