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갑자기 튀어나온 남북정상회담 변수...정국 블랙홀 되나

입력 2015-01-01 16:31

새해 첫날 터져나온 북한발(發)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등으로 숨가쁜 연말을 보낸 여야는 정국을 압도할만한 대형 이슈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당장 여야는 오는 9일 비선실세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실시되는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더해지면서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선거구 재획정, 개헌 논의 등 휘발성 강한 의제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내부적으로는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의제가 불쑥 등장하자 여야는 보다 복잡한 계산을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권 내부에서는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인 올해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적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광복 70주년이면서 6·15공동선언 15주년 등을 계기로 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져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5·24조치 해제 등 북한이 다양한 후속 제의를 공세적으로 해올 가능성이 있어 이를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질 수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풀어야할 시기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전향적이면서도 냉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당리당략을 떠나 차분하게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힌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YTN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이것이 성사되려면 여러 가지 부대조건이나 제안을 해올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현실적으로 잘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북한이 밝힌 입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말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만남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북한은 대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향적인 대화 의지를 직접적인 대화 제의로 구체화시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남북 대화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특히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둔 데 주목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 발언이 실질적 대화로 이어져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간 현안이 타결되길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에 큰 전기를 마련하도록 남북 당국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서울 용산구 의장 공관에서 개최한 신년행사에서 “국회도 정부와 2인3각을 이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