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를 비롯해 정상회담까지 제안하자 정부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날 하루 종일 회의를 열고 북한의 대화 공세 의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2차 고위급 접촉 재개되나=우선 대북전단(삐라) 문제로 교착 상태에 놓인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명의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지 사흘 만에 북한이 남북 간 대화에 화답해서다. 다만 김 제1비서는 대화 형식을 고위급 접촉 내지는 정상회담 개최로 못 박아 언급했다. 정부가 내세운 통준위에 대해서는 연일 비난하며 ‘통준위-통일전선부’ 간 회담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2차 고위급 접촉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북측에 2월 설 연휴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이달 초부터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북한의 구체적인 대화 제의가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 주요 제안을 발표해온 국방위원회 정책국이나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담화가 조만간 나올 거란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 분위기를 띄웠지만 국방위나 조평통 후속 담화를 봐야 북한의 진정성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고, 7일 뒤 국방위가 이른바 ‘중대제안’을 통해 1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상호 비방·군사적대행위 중단’이라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이는 향후 2차 고위급 접촉 개최 거부의 명분으로 작용했다. 고위급 접촉이 열리더라도 남북 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이날 “북한이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조속히 호응하기 바란다”고 원칙적인 입장 자료만 발표했다.
◇북한 대화 총공세 예상=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통준위-통전부’ 간 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경우 5·24 대북제재 조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같은 민감한 정치 현안과 별개로 당장 남북 간에 실현할 수 있는 사회·문화 공동사업을 논의할 수 있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는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어떤 식으로든 남북관계 성과를 내야하는 정부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북측에 당국 회담을 제의하면서 내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남북 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의 등을 개최하고, 중장기적으로 남북 문화협정도 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남북 간에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작업을 구체화하고 국제기구와 더불어 DMZ 생태계 공동조사도 추진하자고 했다. 이는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북한의 보건·영양 및 생활 인프라 개선사업, 산림녹화·생태·환경보전·수자원 공동이용 등 인도적 사업은 북측이 더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 다른 당국자는 “군사훈련 중단 등 수용키 어려운 전제조건을 달지만 않는다면 사회·문화 부문부터 남북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 남북관계 국면을 전환시키는 데 가장 유용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통준위 정부위원 협의체 2차 회의에서 “분단 7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관계에 전기가 마련돼야만 정부와 대통령이 뜻을 갖고 하는 통일준비에서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김정은 신년사]이달 중 2차 고위급 접촉 재개되나
입력 2015-01-01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