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파격 초강수

입력 2015-01-01 15:09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 의사를 피력했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김 제1비서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지 3일 만에 대화의 ‘격’을 몇 단계 격상시켜 파격적인 역(逆) 제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제1비서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이라고 단서를 단 뒤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이 통상 장관급 회담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최고위급 회담’이란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까지 개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남북 상호 관심사에 대한 포괄적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김 제1비서의 역제안은 신년사 중 ‘대외·대남’ 부분에서 나왔다. 그는 “‘조국통일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전체 조선민족이 들고 나가야 할 투쟁구호”라고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대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흡수통일 정책’ 중단 등을 거론하며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김 제1비서는 “남조선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은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민족의 머리 위에 핵전쟁의 위협을 몰아오는 주된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 함께 벌이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겨냥해서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고 장장 70년 간 민족분열의 고통을 들씌워온 기본 장본인”이라며 기존의 반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제1비서는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하여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북남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통일 정책이 흡수통일을 지향하고 있음을 의심하며 대화 재개의 걸림돌임을 지적한 발언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