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전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주장 박지성(33)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손흥민(22·레버쿠젠)은 ‘물건’이니 잘 키워 봐.” 그리고 열한 살 차이가 나는 둘을 한 방에 배정했다. 대회 직전 깜짝 발탁된 손흥민은 존경하는 대선배의 룸메이트로 첫 아시안컵을 경험했다. 4년 후 박지성은 은퇴했고 손흥민은 대표팀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9일 개막하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대표팀 캠프가 차려진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 손흥민은 30일(한국시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배우고 있는 선수다. 나도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 설레고 궁금하다”며 “축구를 시작하는 꼬마들이 나를 롤 모델로 삼으면 기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롤 모델은 박지성 형이다. 선수 시절에 대단했고, 은퇴하고 나서도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며 존경심을 표시했다.
손흥민은 갈수록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 등 특급 골잡이를 닮아 간다. 누구보다 골 욕심이 강하고,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로 나선다. 90분 내내 지칠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독일 소속팀에서 뛴 26경기에서 11골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를 마쳤을 뿐인데 벌써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12골)에 한 골 차로 다가섰다. 지난 시즌까지 약점으로 지적됐던 ‘기복’도 사라졌다. 과거 손흥민은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뛸 때 이기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패스를 해야 할 때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고, 공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돌파를 하다 공을 빼앗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손흥민은 팀플레이에 눈을 뜬 것 같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손웅정씨로부터 기본기를 착실히 배웠기 때문에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는 “아버지는 기술적인 부분,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세세한 플레이를 지금도 다 잡아 주고 계신다”며 “그 덕분에 내가 축구선수로서 지금 이런 위치에 있다. 아버지는 기술이 없으면 절대로 현대축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손씨는 최근 “흥민이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두 단계 이상 변화를 겪어야 한다”며 아들의 진화를 예상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아직 독일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며 “레버쿠젠에 있는 매 1분, 아니 매 1초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손흥민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 나도 궁금하다”
입력 2014-12-31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