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유죄 선고에 러시아 대규모 항의시위

입력 2014-12-31 15:54
AFPBBNews=News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반정부 활동을 펼쳐온 야권 핵심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후 모스크바 등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판결에 의한 야권 탄압’이라는 각국의 우려와 질타도 이어졌다.

나발니는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자모스크보레츠키 법원에서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 루블(5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의 동생 올렉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나발니는 최후 진술에서 자신들에 대한 사법 절차가 정치적 성격을 띤 것이라고 비난했고, 변호인단은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선언했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 나발니는 지지자들에게 “현 정권은 존재가치가 없으며 붕괴돼야 한다. 모두 가두시위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지지자들은 즉각 항의시위에 나섰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크렘린궁 인근 마네슈 광장에 집결했다. 시위대는 “나발리를, 러시아를 풀어줘라” “푸틴 없는 러시아” 등을 외쳤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171명이 구금됐다 풀려났다고 모스크바의 인권단체들은 밝혔다. 가택연금 조치를 어기고 현장에 나섰던 나발니도 체포돼 집으로 이송됐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시위를 조직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지지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페이스북 등 러시아 내 주요 SNS를 폐쇄해 시위 확산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파이어챗’(FireChat) 앱 등을 이용해 시위를 조직했다. 이날만 2만5000명 이상이 시위 참가를 위해 이 앱을 다운로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이번 판결을 ‘야권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보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제프 래스키 미 국무부 공보과장은 “이번 유죄판결은 충격적이며 (반정부) 정치활동을 중단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EU도 “사법부의 결정은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