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시켜 재력가를 살인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이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관정 부장검사)는 숨진 송모(67)씨 등에게 수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김 의원을 추가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의원은 송씨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았다가 일 처리가 지연돼 금품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받자 10년 지기인 팽모(44·구속)씨를 시켜 지난 3월 강서구 소재 송씨 소유 건물에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부동산 용도 변경과 송씨와 경쟁관계에 있는 웨딩홀 업체의 신축을 저지시켜주겠다는 청탁을 받고 지난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송씨에게서 모두 5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또 철도부품업체인 AVT 이모(55)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공사 수주를 청탁해주겠다며 한 건설회사로부터 1300만원을 각각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철도 마피아’ 비리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이송한 사건을 수사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송씨가 생전 기록한 금전출납 장부인 ‘매일기록부’를 토대로 김 의원의 금품 수수 사실을 규명했지만 의혹이 일었던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매일기록부에 22년간 기재된 경찰, 구청 관계자, 세무사, 시의원 등에 대해 시효가 남아 있는 건에 대해 소환·서면 조사를 이어갔지만 100만원 이상을 수수한 이는 없었고 대가성도 규명이 되지 않아 기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의혹은 매일기록부와 차용증, 계좌 추적, 현금 인출 등을 조사한 결과 김 의원으로부터 돈이 건너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했지만 후원금 처리가 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범죄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시장에 대한 매일기록부 기재 내용은 ‘준다고 가져갔다’로 돼 있고 실제로 돈이 건너간 흔적이 없었다”면서 “결정적인 흔적이 없는 한 조사를 하는 것은 과잉 수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매일기록부에 담긴 이름과 금액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들이 많고 작성자가 사망해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당시 증거 자료였던 매일기록부 일부 내용을 삭제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았던 송씨의 아들에 대해서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 회복이 되지 않았다”며 입건 유예했다.
검찰 사건사무규칙에 따른 내사사건 처리 절차 중 하나인 입건 유예는 범죄 혐의는 있지만 입건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내리는 조치다.
검찰은 또 신기남 의원이 매일기록부와 관련해 자신의 연루 의혹을 보도한 한 언론사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다만 ‘청부살인 배후에 신기남이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한 네티즌 노모(40)씨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재력가 살인교사’ 김형식 억대 수수 혐의 추가 기소
입력 2014-12-31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