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검찰로서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모(44), 최모(45·사망) 경위의 구속영장이 ‘퇴짜’를 맞은 데 이어 연이어 쓴맛을 본 격이다. 검찰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수사를 조속히 종결하려다 섣부른 구속영장 청구를 반복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조 전 비서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사실의 내용,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엄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한·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도 같은 이유로 기각했었다. 검찰청사 검사실에서 대기하던 조 전 비서관은 바로 귀가했다. 취재진에게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검찰은 지난 27일 조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시절인 지난해 중반부터 올 1월까지 ‘정윤회 문건’을 비롯해 17건의 청와대 보고서를 수차례 박 회장 측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하 직원 박관천(48·구속) 경정을 시켜 박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에게 문건을 건넸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다만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박 회장 측에게 일부 문건을 건네기는 했지만 대통령기록물 성격의 정식 문건이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몇몇 인물들이 박 회장에게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해 경고 차원에서 쪽지 형태의 문서를 전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조사해 보세요”라고 크게 외치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법정 밖으로 “박관천” 등을 외치는 목소리가 새어나올 정도였다. 최후진술을 마친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오후 7시부터 장시간 영장 발부 여부를 검토하던 재판부는 결국 조 전 비서관의 손을 들어줬다. “유출된 문건들을 보안이 필요한 공공기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수사 결과도 예정대로 다음달 초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에 나오는 청와대 내·외부 인사들의 비밀회동이나 ‘정씨의 박 회장 미행설’ 등이 허위인 것으로 결론 내린 상태다.
지호일 나성원 기자 blue51@kmib.co.kr
[긴급]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 구속영장 기각
입력 2014-12-31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