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리더십의 성과와 고민…‘친박 주류’ 틀 깼지만 But 독주의 한계와 친박 저항 본격화

입력 2014-12-30 19:42

취임 6개월을 앞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7·14전당대회 참패 후 침묵을 지켜왔던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저항이 본격화되면서다. ‘친박 주류’ 중심의 여당시대를 끝내고 수평적 당청 관계를 야심차게 추진했던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본격화된 계파 갈등을 봉합해야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김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오찬을 하던 시각, 친박 의원이 주축이 된 당내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친박 송년모임을 열고 ‘전횡’ ‘독단’ ‘사당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 대표를 공개 비난했다. 포럼 총괄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260만 당원의 공동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대표가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전횡하는 듯한 모습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19대 국회 전반기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윤상현 의원도 가세했다. 윤 의원은 “당 대표의 전대 득표율이 29%대였다. 그런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당 대표의 모습은 한마디로 92%의 ‘득템’을 하고 있다는 걸로 정리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존재감 있는 여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존재감 있는 ‘여당 대표’만 보인다는 지적이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당청관계가 삐걱거린다. 전례 없이 금이 가고 있다”고 언급한 뒤 “삐걱거리면 기름을 치고, 금 가면 보강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거론하며 “여태까지 당직 인선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김태환 의원은 “당내에서 친박이 마치 야당인 것처럼 소외돼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이런 친박의 집단반발이 대선 승리 2주년인 지난 19일 이뤄진 박 대통령과 친박 중진간 비공개 만찬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 주도권 탈환을 노리는 친박과 비주류 당권파 사이의 세력 다툼이 새해부터는 전면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취임 후 무난하게 당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친박 의원은 “김 대표가 어느새 당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고 표현했다. 당직 인선에서는 친박 주류 체제에서 소외됐던 인사들을 중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그의 노선이 친박 의원들의 소외감을 낳았다. 김 대표가 기자들에게 “우리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보라. 내가 반 이상 (친박 쪽에 당직을) 내놨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私黨化)냐”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 일성이던 ‘할말은 하는 여당’ ‘수평적 당청관계’에 대해선 지난 10월 상하이 개헌봇물 발언 이후 주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김 대표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이 원하는 대로 당이 운영되지 않는다 해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대표를 흔들려는 의도”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