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40·여·사진) 전 부사장과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3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서울서부지법 김병찬 영장전담판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두 사람에 대한 심문을 각각 1시간가량 진행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업무방해, 여 상무는 증거인멸과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오전 10시쯤 구인장 집행에 응하기 위해 검찰청에 들어갔다가 법원으로 이동했다. 오전 11시3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다시 검찰청으로 돌아가는 동안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혐의를 인정하나” “심경이 어떤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검찰 수사관 2명의 팔을 붙들고 허리를 푹 숙인 상태로 발걸음을 옮기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보다 5분 일찍 검찰청에 도착해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주거나 누군가를 협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영장심사를 마치고는 “사무장에 대한 국토교통부 조사에 동석했던 건 매뉴얼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며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승객 300여명을 태운 항공기를 램프리턴 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인 승무원과 박창진(44) 사무장을 폭행해 혐의가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여 상무에게 수시로 사건 처리 과정을 보고받은 터라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여 상무는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칼피아’(KAL+마피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실 조사 의혹을 받고 있는 국토부를 압수수색하고 대한항공 측에 수시로 정보를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김모(54)씨를 구속 수사 중이다. 대한항공이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좌석 승급 혜택을 준 부분에 대한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1일부터 조 전 부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인천 영종도 ‘왕산마리나 조성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시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요트경기장으로 활용된 이 곳을 개발하기 위해 2011년 3월 대한항공이 전체 사업비 1500억원 중 133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 중 ‘법령상 허용되는 최대한의 기간(최소 30년 이상)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를 준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인천경제청은 임시 계류시설이라도 만들어야 아시안게임 요트경기를 할 수 있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조현아 영장실질심사] ‘칼피아’ 수사 확대…조 전 부사장 관련 ‘왕산마리나 조성사업’ 감사도
입력 2014-12-30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