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시신' 피의자 말다툼 중 우발적 범행

입력 2014-12-30 16:52 수정 2014-12-30 16:56
연합뉴스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은 범인이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30일 오후 이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 정형근(55)씨에 대해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6시쯤 인천시내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모(71·여)씨와 술에 취해 말다툼하던 중 화가 나 집에 있던 둔기와 흉기 등으로 전씨를 살해한 혐의다.

다음날 평소 갖고 있던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집과 불과 150m 떨어진 주택가 주차장 담벼락 아래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살해 당일 오후 4시50분쯤 경기도 부천시에서 전씨와 만나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함께 간 것으로 조사됐다.

두사람은 만나기 전부터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정씨의 집에 도착한 뒤 소주 2병을 나눠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말다툼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정씨가 현재 정확한 범행 동기를 감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지만, 집에 있던 둔기와 흉기를 범행 도구로 사용한 점 등으로 봤을 때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파일러 등을 동원해 범행동기와 경위에 대해 심층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신이 든 가방을 집 근처에 유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먼 곳에 유기하려고 했으나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고 가방 무게가 무거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정씨는 지난 22일 오후 경찰이 전씨의 시신이 든 가방을 발견한 뒤부터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9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서 검거될 때까지 도보로 부천시,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등을 떠돌았다.

정씨는 전씨가 채소 장사를 하는 부평구 시장을 오가며 2년 전부터 전씨를 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 딸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에서 술을 함께 마실 정도로 사이가 좋았으며, 정씨가 전씨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