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엔 젊은이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까지 들어있어요. 연말연시에 어울리는 화려한 쇼지만 삶에 대한 철학도 보여주죠. 즐기기만 하기엔 아직 조심스러운 시기에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어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찰리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32·사진)이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2012년 입대해 국방홍보지원대와 12사단에서 복무를 한 그는 지난 7월 전역한 후 이 작품을 복귀작으로 택했다. “보다 많은 관객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인 ‘킹키부츠’는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해 비뚤어진 찰리와 롤라가 주인공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뒤를 이어 가업인 구두 공장을 꾸려가야 하는 찰리, 화려함을 숭배해 여장을 하고 다니는 롤라가 힘을 합쳐 남자를 위한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무열과 함께 배우 지현우(30), 윤소호(23)가 찰리를 연기하고 오만석(39), 강홍석(29)가 롤라 역을 맡았다.
“찰리에게 신발이란 아버지와의 만남을 의미해요. 아버지는 모든 남자에게 산 같은 존재, 산을 넘어서야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깨닫게 돼요. 킹키부츠(남자들이 신는 화려한 부츠)는 극 초반 찰리에게 안 맞는 신발이었지만 찰리는 이 신발을 신고 결국 자신의 길을 찾죠.”
작품은 지난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막을 올렸다. 백미는 엔젤이라 불리는 드래그 퀸(쇼를 목적으로 여장을 한 남자)들의 군무와 2막 남녀 출연자들이 10cm가 넘는 하이힐 부츠를 신고 등장하는 장면이다.
김무열도 15cm 하이힐 부츠를 신고 자유자재로 스텝을 밟는다. 평소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는 그는 “힐을 신는다는 자체로 여성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며 “발도 아프고 익숙해지지 않더라”며 웃었다. 남녀 배우들을 위해 맞춤 제작된 하이힐 부츠는 극 내내 70켤레 정도 등장하는데 켤레당 평균 제작비용만 200만원을 상회한다.
안양예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를 거치며 2002년 뮤지컬 ‘짱따’로 정식 데뷔한 그는 2007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신인상,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등을 받으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몸이 망가지기 전에 액션 영화를 찍고 싶다. 마냥 웃긴 코미디, 연극 무대도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대, 영화, TV 모두 상업적으로 흘러가고 있죠. 그 안에서 젊은 예술가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해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 그 마음을 계속 고민하고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래야 앞으로 오래오래 배우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제대 후 첫 복귀작 뮤지컬 ‘킹키부츠’ 출연 김무열 “관객들에 위로 되고 싶어”
입력 2014-12-30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