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그린 영화입니다.
3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29일 28만2235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누적관객수 456만3906명으로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습니다.
국제시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요? 영화 속 따뜻한 감동만은 아닌 듯합니다. ‘산업화’의 모습을 그린 영화를 두고 진보와 보수 논객들이 대립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이는데요. 이념 논란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평입니다. 어부지리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죠.
시작은 영화평론가 허지웅으로부터였습니다. 허지웅은 지난 2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머리를 잘 썼어.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라며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다.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몇몇 언론들이 “토가 나온다”는 표현을 부각하며 보도했는데요. 보수적인 몇몇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허지웅이 영화 ‘변호인’은 옹호하면서 국제시장은 비판한다”는 불평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허지웅을 ‘홍어’라고 부르며 지역비하 발언까지 했습니다.
허지웅은 “전라도 홍어 운운하는 놈들 모조리 혐오 범죄에 민주주의 체제 부정하는 범죄로 처벌해야한다”며 “저에 관한 참담한 수준의 글을 반복해 게시하는 자들에 대해 모두 자료취합이 완료돼 법적절차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논쟁이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겁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논란에 동참했습니다. 그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제시장 보고 비판하면 부모 은공도 모르는 XXX 자식에 박근혜 대통령의 은공을 모르는 좌익 빨갱이 XX가 되는 건가요”라며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우익 성감대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나보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뒤질세라 보수 논객 변희재 역시 “한국의 삼류 영화평론가들과 기자들의 음해가 도를 넘어섰다”며 한마디 했습니다. 그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제와 역사 관련 초등학교 수준의 공부라도 하고 떠드는 건가”라며 “토론 붙으면 2분이면 도망갈 수준의 논리를 친노무현 포털 뒤에 숨어 떠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 아는 걸 왜 영화로 보냐고 떠들어대는 삼류 평론가와 기자들, 흥남철수, 파독, 베트남 파병 진짜 이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 공부 하긴 했는가”라며 “‘이 힘든 세상을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겪은 게 참 다행이다’가 영화 대사였군. 이 말이 왜 토할 것 같다는 건가”하고 허지웅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박 대통령 역시 29일 오전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며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국제시장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부부가 원해서 경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눈치를 줘서 마지못해 경례하는 풍자적 설정이라는 해석이 곁들어지는데요. 풍자적인 모습일 뿐, 국민의 애국심을 표현하는 장면은 아니라는 주장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도 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이 생겼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티격태격 싸우면서 불편한 것은 관객입니다. 웃는 것은 ‘어부지리’ 효과로 짭짤한 흥행 수입을 챙기는 영화사와 자신의 이름값을 띄우는 논객, 저같이 기삿거리를 찾는 언론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보수·진보 싸움 어부지리 효과?”… 영화 ‘국제시장’ 관객 500만 눈앞에
입력 2014-12-30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