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환자지 XX야’ 평범한데 빡치는 말들을 해보자…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4-12-30 14:04 수정 2014-12-30 14:21

세밑입니다. 2014년도 이제 이틀이 채 남지 않았군요. 험난했던 올해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지만 ‘땅콩 리턴’과 같은 황당한 일들이 자꾸 생기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연말을 맞아 우리의 기분을 잡치게 만든 말들을 추린 게시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연말 함께 분노하며 기분 푸시라고 전합니다. 30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인터넷에 나도는 게시물의 제목은 ‘평범한데 빡치는 말을 해보자 개드립 모음’인데 트위터 ‘#평범한데_빡치는말을_해보자’라는 해시태그로 작성돼 올라왔던 댓글을 모은 것입니다. 다소 거친 신조어가 들어 있는데, ‘평범한 듯 하지만 들으면 기분 나쁜 말들을 모아보자’라는 뜻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좋은 경험한다 생각해’입니다. ‘붉은여왕’이라는 네티즌이 작성했습니다. 나쁜 일을 겪으면 기분이 당연히 나쁜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라니 불쾌하다는 것입니다. 나쁜 일을 당하는 사람에게 그 일은 결코 좋은 경험이 될 수 없죠. 그냥 나쁜 경험일 뿐입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도 있습니다. 장담컨대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무조건 기분 나쁜 말을 합니다. 그런데 어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나요. 평범한 말이지만 기분 나쁜 말임에 틀림 없네요.

‘20대 싱글 “야근은 스포츠다”’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도 올라왔습니다. 음료회사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인데 20대 싱글 직장인 1709명에게 “당신에게 스포츠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더니 23%가 “힘든 직장생활마저도 나에겐 즐겁다”는 내용으로 대답했다는군요. 음.. 야근은 야근입니다. 야근 많이 하면 몸이 견디질 못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도 쉽게 걸리고 심지어 대상포진이나 이명과 같은 무시무시한 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싸이를 아는가?’도 거론됐습니다. 비판 대상은 싸이가 아니라 우리의 얄팍한 우쭐함입니다. 방한한 외국 스타에게 국내 취재진이 ‘싸이를 아느냐’고 더 이상 묻지 말자는 것입니다. ‘한국 김치 최고’와 같은 ‘립서비스’에 그만 흥분하자 말입니다.

‘자유민주주의’라고 일갈한 분도 있습니다. ‘Nakho Kim’이라는 네티즌입니다. 이건 그냥 단어라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철저하게 계급사회이거나 갑을관계로 짜여져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었다고 봅니다.

‘않되!’도 있네요. 맞춤법도 모르는 네티즌을 비꼰 것입니다. 원래는 ‘안돼’죠. 않되라고 쓰면 안돼!

‘게으르니까 가난한거 아닙니까’라고 지적하신 분도 있습니다. 게을러서 가난한 것 아닙니다. 물론 가능성은 있지만 게르음은 가난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난하면 노력해도 잘 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반대로 ‘땅콩 리턴’의 그분처럼 재벌 2~3세로 태어나 각종 특혜를 누리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니가 너무 큰 기업만 쓰는 거 아냐?’는 취업하려는 젊은이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취업을 하려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삶의 질 자체를 낮추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알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주최로 열린 ‘대학생과 함께하는 청춘무대’ 행사에서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 비용을 제대로 안주는 악덕 업주, 나쁜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상대를 설득해 나쁜 마음도 바꾸게 하는 게 여러분들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회자를 향해 “사회자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일단 열심히 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바로 기사 맨 처음에 지적한 바로 그 사례이군요. 이런 류로는 ‘아프지만 청춘이다’가 있습니다. 아프면 그냥 아픈 거고 그걸 치료해줄 생각을 해야죠. 그걸 미화하고 참으라고만 하면 어쩝니까.

마음 속 깊은 속에서 ‘빡침’이 끓어오릅니다. 2015년 새해에는 우리를 빡치게 하는 말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