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501오룡호’는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선체로 들어왔지만 제때 배수되지 않아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가 발표한 생존선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열려 있어야 할 방파문이 폐쇄되면서 갑판에 바닷물이 고였다.
여기에다 잡은 명태를 어획물을 선별하는 공간인 피시폰드(fish pond)가 열리면서 10여 차례에 걸쳐 많은 바닷물이 들어왔다.
바닷물 충격으로 피시폰드와 어획물 처리실 사이 나무 격벽이 파손되면서 처리실 쪽으로 바닷물이 들이쳐 어획물이 처리실 배수구를 막아 처리실에 물이 급격히 유입됐다. 여기에 해치문에 그물이 끼면서 10㎝ 정도 틈이 생겨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어획물 처리실과 연결된 타기실까지 침수되면서 조타기가 고장 나 배가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때 한 간부 선원이 엔진을 끄면서 배는 자력 항해를 못하게 됐다.
오른쪽으로 기운 선체를 바로 잡으려고 오른쪽에 있던 연료유와 어획물을 왼쪽으로 옮겨 선박 복원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부산해양서는 설명했다.
인근 선박에서 지원받은 배수펌프로 물을 빼 선체가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오른쪽에서 큰 파도를 맞으면서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오물 배출구를 통해 많은 양의 바닷물이 선체로 들어온 것이다.
이현철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오룡호 수사전담반 팀장은 “올해 9월쯤 조업 중에 파도를 맞아 오물 배출구 덮개가 파손됐는데 수리하지 않아 바닷물 유입을 막고 오물만 배 밖으로 배출하는 오물 배출구가 기능을 상실, 많은 양의 바닷물이 선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사조산업이 추가로 받은 쿼터 때문에 무리한 조업을 지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고 선체 결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부산해양서는 사조산업을 상대로 자격이 떨어지는 선원들을 배에 태운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해경 수사로 드러난 오룡호 침몰 시간대별 상황.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이달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의 501오룡호에 타고 있다가 생존한 외국인 선원 6명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발표했다. 부산해양서가 밝힌 오룡호의 시간대별(현지시간) 상황을 정리했다.
▲ 낮 12시=어획한 명태 20t이 담긴 그물을 걷는 작업 완료. 방파문 폐쇄로 오룡호 갑판 위 해수 배출구가 없어짐.
▲ 낮 12시6분∼12시48분=러시아 나바린항으로 피항 시작. 잡은 명태를 피시폰드(fish pond)를 이용해 처리실에 넣기 위해 해치(hatch) 개방. 10여 차례에 걸쳐 많은 양의 바닷물이 피시폰드를 거쳐 처리실로 유입됨. 해수 압력으로 피시폰드와 처리실 사이 나무 격벽 파손. 어획물이 빌지펌프 흡입구를 막아 배수작업 불가능.
바닷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처리실 수위가 80∼100㎝로 높아짐. 해치에 그물이 끼어 10㎝ 틈 발생, 바닷물 지속적 유입.
처리실과 이어진 타기실에 바닷물 유입돼 조타기 고장으로 자체 항해 못하고 표류 시작.
▲ 낮 12시48분∼오후 2시=오른쪽으로 기운 선체를 바로 잡으려고 오른쪽에 있던 연료와 어획물을 왼쪽으로 옮김.
▲ 오후 2시∼2시28분=인근 선박에서 배수펌프 받아 배수작업. 선체 일시적으로 안정 되찾음.
▲ 오후 2시28분∼오후 4시=오른쪽에서 큰 파도치면서 선체가 왼쪽으로 기움.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오물 배출구로 많은 바닷물 유입. 9월 말에 오물 배출구 커버가 파손돼 바닷물이 다량 유입.
▲ 오후 4시=인근 선박에 구조 요청.
▲ 오후 4시8분=선장, 선사에 전화로 퇴선 보고.
▲ 오후 4시26분=러시아 감독관, 갑판장, 처리장 유도로 선원 전원 구명동의 입고 조타실로 이동. 선원들은 특수방수복 입지 않았음. 선미부터 침몰 시작, 선원 전원 탈출.
▲ 오후 4시49분=선미 침몰로 엔진·발전기 정지.
▲ 오후 5시6분=선박 왼쪽으로 완전 침몰.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오룡호, 다량 유입된 해수 배수 안 돼 기울어” 침몰 원인 드러나
입력 2014-12-30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