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내년 예산 사상최대 삭감 처리

입력 2014-12-30 09:35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제주도와 도의회의 줄다리기 끝에 새해 예산안이 결국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우려했던 준예산 집행 사태는 막았지만 의회가 도예산안을 대거 삭감해 손질하면서 도정업무 운용에 차질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는 29일 오후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3조8194억원 규모의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 중 1682억원을 삭감한 수정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는 전체 예산안의 4.4%로 올해 제주를 제외한 16개 광역자치단체의 내년도 예산안 평균 감액비율 0.37%의 12배 가까운 규모다. 지자체의 예산 삭감 비율로는 사상 최고 기록이다. 삭감한 예산 중 1억9200만원은 예비비로, 1680억800만원은 내부유보금으로 각각 돌렸다.

수정안을 발의한 이선화 의원은 사업계획이 미흡한 도지사 공약사업, 중기지방재정계획 미반영 사업, 투·융자 심사 미반영 사업, 용역심의 미반영 사업, 공유재산계획 미반영 사업, 과도한 업무추진비, 외유성 여행경비, 유관기관 및 단체에 대한 선심성 예산, 사업계획이 미흡한 사업 등을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구성지 도의회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원희룡 지사를 만나 최종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우리 의회가 심의한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를 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며 “최종 담판이 결렬된 이상 준예산으로 가는 파국을 막는 길은 결국 우리 의원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예산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와 소통은 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의회를 벼랑 끝에 몰아세우는 싸움의 방식으로 의회에 치명타를 날리는 일련의 정치적 연출에 대한 정치적 학습효과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비판했다.

구 의장은 원희룡 지사에게 발언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산회를 선포했다. 원 지사는 “입장을 정리해 말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답했다.

결국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은 대거 삭감된 ‘누더기 예산’ 통과로 결론이 났다.

예산 편성을 놓고 시작된 도와 도의회간 대립은 지난 15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부결사태를 불러왔다. 지난 19일에는 원 지사가 KBS-1라디오에 출연, ‘의회 20억 요구설’을 언급하면서 양측 관계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임시회 본회의를 개회하자마자 정회를 한 뒤 긴급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어 의회의 증액을 백지화하기로 결의하고,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다시 심사한 뒤 오후 11시 본회의를 속개해 최종 수정안을 상정했다. 규칙에 따라 최종 수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6명, 기권 1명으로 의결함으로써 앞서 마련했던 예결위 수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