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 또 왔다…15년 개근

입력 2014-12-29 20:43 수정 2014-12-29 21:31
29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몰래 놓고 간 성금을 세고 있다. 이 천사가 2000년부터 해마다 기부한 돈은 이날 5030여만 원을 포함해 모두 4억원 가까이 이른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천사는 2000년 4월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15년째 남몰래 나타나 세밑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9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1분쯤 노송동 주민센터에 50대 안팎으로 보이는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지금 00세탁소 옆에 있는 0000 차량 뒤 A4박스 안에 넣어놨으니까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빨리 가져가 주세요.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꼭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보니 그곳에는 5만원권 묶음 10개와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는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속 종이에는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씨가 인쇄돼 있었다. 돈을 세워보니 모두 5030만4390원이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보내온 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4년간 찾아왔던 그 ‘천사’와 같은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 성금을 포함해 이 천사가 그동안 보내온 돈은 16차례에 걸쳐 모두 3억9730만1750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천사’는 이번에도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신원은 여전히 안개 속에 남았다.

전주시는 지난해까지 받은 성금으로 4021가구에 현금과 쌀, 연탄, 주유권 등을 지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