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의 강풍과 진눈깨비가 흩날리는데다 밤이 깊어지면서 화재 선박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상선 10대가 카페리를 둘러싸고 원을 만들어 파도를 막으면서 구명정을 내리도록 도왔다. 헬기는 조명등을 켜고 조심스레 다가가 승객들을 옮겨 실었다.
478명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다 화재로 조난을 당한 카페리에 대한 구조작업이 29일(현지시간) 이틀째 계속됐다. 악천후 속에 희생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과감한 구조작업 덕에 절반 이상의 탑승자가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여전히 배에 남은 승객들이 적지 않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한국시간 29일 오후 6시) 이탈리아와 그리스 해군 등이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탑승한 승객 422명과 승무원 56명 중 251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해군 등은 선박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상선들이 임시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구조작업을 도왔다.
구조과정에서 바다에 빠진 그리스인 남성 1명이 사망했다. 구조대가 건져냈으나 숨진 상태였다. 함께 탈출하던 아내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탈리아 해군은 “구조된 승객들 대부분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다른 선박으로 안전하게 옮겨졌고 일부는 저체온증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면서 “여건이 좋지 않지만 구조작업은 쉬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노르만 애틀랜틱호는 전날 오전 4시30분 그리스 남서부 파트라스항을 출발해 이탈리아 안코나를 향해가던 중 차량 적재 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배는 그리스의 조그만 섬 오노니에서 33해리(61㎞) 떨어진 해역에서 조난 신호를 보냈다. 구제적인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럽해사안전청(EMSA)에 따르면 이 카페리는 지난 19일 파트라스항에서 마지막으로 점검을 받았고, 몇 가지 결함을 지적받았으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에 탄 승객 가운데 234명과 승무원 34명은 그리스 국적이고 나머지는 이탈리아, 터키, 알바니아, 독일,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에서 온 승객들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화재 伊 카페리서 251명 구조… 악천후 속 상선 10대 동원 파도 막고 헬기 동원
입력 2014-12-29 17:14